매거진 삶은 질문

불안 일기

by 메이쩡


요즘 내 머릿속은 불안으로 꽉 차있다.

머리로는 이 불안이라는 녀석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그렇게 서서히 극복해야지 하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안에 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내 몸에 방어 기제라는 것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나를 방어하려 한다.

어쩌면 남편도 이 방어 기제가 심하게 작동해 본인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렸을 수도 있겠다.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 그걸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게 비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현실에서 무단히 노력했지만 남들은 그것밖에 안되냐며 비난할 것이고, 가장인데 한심하게 계속 그렇게 살 거냐는 안팎의 물음에 기꺼이 응답할 수 없어 도망쳐야 했던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닐까.


" 너는 정말 쿨해. 너는 정말 보살이야. 나 같으면 벌써 도망갔어."


남들은 나를 대단하다며 멋지다며 치켜세워 준다. 이러한 말들은 나를 누에고치의 번데기처럼 단단하게 지켜주기도 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나의 길을 찾아 나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외부의 시선에 의식을 많이 하게 되었던 나는 성과적인 측면에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주었지만 정작 내 안의 소리를 듣는 데는 무뎌져 버렸다. 그저 남이 좋으면 좋고,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정작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어떤 것을 하면 좋은지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내 삶에는 큰 균열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균열이 슬픔이라는 공기 안에 가둬지자 급속도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늘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내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누군가에게 대신 부탁할 수 없는 일들 앞에 무력감이라는 장벽이 크게 생기더니 이내 나를 조종했다.

물론 원인은 외부에서 제공을 했을지언정 이와 별개로 내 대응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화를 내면 될까 싶으면서도 그렇게 되면 산산조각 날 나의 세계를 마주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냥 참으면 될까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하는 날 선 불안감에 매일이 두렵고

모든 것을 잊고 새 출발 하자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의 새 출발이 깰 내 아이의 세계가 제일 두렵다.

그중 가장 두려운 것이 마지막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현실과 이상 사이에 갇혀 그저 아이 손만 꼭 붙잡고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란 있는 것일까?

나도 이 불안감을 모두 잠재우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의 고민을 끄적여 본다.

검게 얼룩진 내면이 슬프게 내리는 빗속에 조금이라도 쓸려 내려가길.

글로 토해내며 조금이라도 가벼워졌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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