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부르는 버튼

엄마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내일을 만든다

by 메이쩡

"엄마 나 내일 학교에서 발표해야 돼."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웃으며 말한다.


"아, 그래? 떨려?"

"아니, 안 떨려."

"정말...?"


'어? 이상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표하기 싫어서 학교 가기 싫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도 어렸을 때 수줍음이 참 많았다. 친구들 앞에선 그렇게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면서도 질문이나 발표에는 늘 작아지곤 했다.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쉬는 시간만 되면 이들을 위해 기꺼이 개그맨을 자청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건 여전히 떨린다.


어느덧 이가 1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학기 초까지만 해도 웅변학원을 다녀야 하나 고민다. 입학 후 첫 학부모 참여수업은 엄마인 나에겐 설렘이었지만 아이에겐 두려움이었을까. 교실 앞에서 안 들어가겠다고 1시간 넘게 떼쓰는 아이의 모습에 이성을 잃고 붙들고 사정하며 호소했다. 부끄러움이 이렇게 많아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할까, 친구들과는 잘 지낼까 하는 걱정에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떠오르지 않으니 머릿속이 온통 새하얘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자 그런 걱정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 날 눕더니 내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내일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책 읽어줘야 할 차례라며 떨려서 학교 가기가 싫다고... 한동안 잊고 있던 과거의 그 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설 수 있을까?


무척 짧은 찰나의 순간에 나는 생각해내야 했다. 왠지 너무 길어지면 엄마가 일부러 꾸며내는 말처럼 보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내 과거 동화 속 환상을 적당히 버무려 아이에게 제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이야기했다.


" 사실 엄마도 어렸을 때 겁이 무척 많았어. 친구들 앞에 서는 게 무서워서 너처럼 학교에 가기 싫었거든. 걱정하며 교실 앞으로 나와 섰는데 친구들 눈이 다 나를 보고 있는 거야. 떨리지만 피할 수 없어서 처음엔 바닥만 보고 이야기했더니 조금씩 말이 나오면서 금세 떨리는 마음이 없어졌어. 그 이후에는 앞에 있는 친구 딱 한 명만 보고 말했는데 그 수많은 친구들 눈이 안 보이니 자연스럽게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는 거야. 어때, 신기하지?"


아이가 이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 엄마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겼는지 아이가 더 귀를 기울인다. 진짜로 그러면 안 떨리냐며 반짝반짝 보석 같은 눈으로 희망을 묻는다.


" 그리고 그거 알아? 네가 정말로 필요할 때 용기가 샘솟는 버튼인데 바로 너의 손가락 안쪽에 있어. 그곳을 누르면 그 힘이 발생해. 이건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랑 연결되어 있어서 네가 필요할 때 엄마가 용기를 줄 수 있거든. 하루에 딱 손가락 개수만큼 10개까지 쓸 수 있으니까 용기가 필요하면 여기를 눌러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누르면 정말 필요할 때 쓸 수 없어. 알겠지?"


과연 이 아이가 믿을까 하는 마음에 살짝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이내 내게 진지하게 방법을 묻는다. 진짜로 써보겠다며 어느 손가락부터 눌러야 하는지 묻는다. 짧은 걱정이 무색하게 스펀지 같이 흡수하는 아이를 보며 기쁨과 동시에 안도다.


다음날 아이에게 그 효과를 물었더니 발표가 미뤄졌다고 했다. 아이는 안도의 웃음으로 이야기했지만 나는 살짝 아쉬웠었다. 이 방법이 도움이 되었다면 아마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았기에.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급하지 않았기에 나 역시 묻지 않았었다. 학교 생활을 조잘조잘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였지만 가끔 선생님의 무척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에 안심이 되도 했다.


그러던 아이가 내일이 발표라며 이토록 웃고 있다니. 걱정보다는 자신감에 조금 더 가까운 감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니.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의아했다.


살짝 놀란듯한 엄마를 보며 아이가 말한다.

" 지난번에 교에서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하니까 하나도 안 떨렸어. 친구 한 명만 보고 이야기하고, 더 떨리면 손가락 꾹 누르면 돼. 지난번에 한 개 써서 아직 9개 남았어."


" 정말? 잘했네~ 네가 말이 없어서 엄만 아직 안 쓴 줄 알았지. 근데 용기 버튼은 써도 써도 계속 생겨나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귀여운 아이의 반응 웃음이 나면서도 기특했다. 동시에 부모로서의 말과 책임이 이토록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걱정의 언어가 아이에게 닿아 이렇게 용기의 싹을 피워냈다니 새삼스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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