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질문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커리어 중반, 선택이 더 어려워진 이유

by 메이쩡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직장생활 15년이 넘은 40대 워킹맘의 질문은 한결같다.

아직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한 거다.

바쁘면 잠시 잊고 지내기도 했지만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그 좁은 틈으로 같은 질문들이 새어 나온다.


현실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고, 타협하지 않을 이유가 없던 평범한 삶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이 새어 나오고 계속해서 꼬리를 물게 되면 잠시 멈춰 서서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지, 이 방향이 맞는 방향인지.


지금 서 있는 이 무대가 너무 크게 보이는 나머지 무대 밖은 살필 겨를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딛고 있는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고 심지어 외롭게 느껴질 때 그제야 주변으로 눈을 돌린다.


내 꿈은 교사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내가 아는 것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행위로써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부족하다면 많이 배워서라도 가르침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었고, 그렇게 스스로를 채우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의 실패와 함께 평범한 회사원이 되면서부터 좋아하는 일이 아닌 잘하는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다소 서툰 이 일을 점차 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일이 되겠지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열심히 한 만큼 다행히 그 성실함을 인정받아 적잖은 성과도 달성했다. 인정에 목말라하는 내게 타인의 인정과 박수는 큰 위로가 되고 자양분이 되어 내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 보니 내가 걸어온 길이 한결같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한 분야를 오래 닦아 온 것이 아니라 정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진정으로 무엇에 조예가 깊은지 나의 깊은 한 우물은 무엇인지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게 되었다. AI가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 영향을 주는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한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나는 과연 가지고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 보기도 했다.


오랜만에 들어간 잡 사이트는 되려 내 고민을 증폭시켰다.

나는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름 대기업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했지만 이 다양한 커리어를 내게 덧입힌다면 나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뭐든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안 되는 이유를 찾고 고민하는 게 맞을까.


한 직장에서만 10년이 넘게 있다 보니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것도 쉽지 않고,

지금의 익숙함이 관성이 되다 보니 새로움에 도전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내 커리어를 뾰족하게 정리하기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난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이 길이 아니라면, 또 다른 결정을 해야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아니면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려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그 누구도 시원하게 답해 줄 수 없는 물음 앞에서 오늘도 하루를 살아낸다.

계속해서 같은 고민을 하는 것도 어쩌면 용기 없는 핑계이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은 나머지 선택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모래주머니를 이고 달리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는 않는다.

앞으로 사는 동안 이 고민들이 계속될지 아니면 자연스레 해결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용기도 이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기에 여전히 그 답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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