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질문

우리 잠시만 떨어져 걷자.

다친 마음이 닫히지 않게

by 메이쩡


나도 몰랐는데 새삼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했구나 느껴. 매일 같은 공간 안에서 난 같은 곳을 보며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서 울고 있었어. 같이 웃었지만 언젠가 드러날 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당신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겠지.


난 생각했어. 그 불안과 두려움이 정녕 혼자 감당할 수 없다면 내게도 나누어 줬으면 하고.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을 나누지 못하고 혼자 짊어지는 버릇이 들어버린 탓인지 당신은 내 도움의 손길은 보이지 않았나 봐. 당신이 내민 손은 그저 눈앞에 빚이라는 현실이 나타났을 때만 보였으니까.


원망스럽더라. 나는 그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이란 단어조차 내뱉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달리는데 당신은 오히려 반대로 더 세게 달리는 모습이. 분명 함께 하는데도 당신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무섭게 다가올 때 나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어. 이게 사랑인지 미움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이 벌어진 현실 앞에 그저 서로만 자책하고 있었지.


그 한가운데 한없이 맑게 웃는 우리 아이가 있었어.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도 유일하게 만나는 한 곳이 있다면 바로 우리 아이가 아닐까 생각했어. 가끔은 말도 안 듣고 장난기 많은 아이 때문에 힘들지만 뜬금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는 그런 아이니까. 그 아이의 순수함을 깨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은 아마 당신도 나도 같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이라도 난 당신과 거리 두기를 하려고 해. 이제껏 아내라는 책임으로 관여했던 이 모든 것이 당신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망치고 있었어. 당신도 홀로 온전히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성인인데 언제부턴가 내가 보듬어줘야 할 아들처럼 대했나 봐. 당신 스스로 감당하고 부딪쳐야 할 그 모든 것이 당신을 그리고 우리 가정을 무너뜨릴까 봐 솔직히 무서웠어.


이 거리는 당신과 헤어지기 위한 게 아니야. 당신 스스로 내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았으면 좋겠어. 당신의 결혼 전 일상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그땐 오롯이 혼자만의 생활을 잘 책임졌을 거야. 당신의 거짓말도 당신처럼 너무나 성실했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도 몰라. 부디 당신의 성실함과 다정함이 다시 제대로 빛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다친 마음이 부디 닫히지 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지는 거야. 당신도 혼자였으면 하지 않았을 회피 그리고 거짓말들. 늘 한꺼번에 폭발하듯 꺼낸 거짓의 무게에서 탈피해 보는 거야. 굳이 거짓말을 해서라도 보호하고 싶었던 당신의 두툼한 갑옷을 벗고 춥더라도 세상에 나와 부딪쳤으면 좋겠어.


세상은 춥지만 따뜻한 곳이야. 내가 주는 만큼 주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도 있지만 당신의 두려움을 희망으로 만드는 건 그 사람들이 아닌 바로 당신이야. 당신이 우리를 사랑한다면 이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 힘들더라도 그 껍질을 깨고 나와 싸워줬으면 해. 당신이 지켜야 하는 게 거짓이 아니라 우리였으면 해.


현실을 원망하기보다 나도 당신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노력해 봤으면 좋겠어. 언제부턴가 당신은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보단 반성과 다짐을 적는 편지를 주곤 했어. 그 편지에 대한 나의 답은 늘 눈물이었지. 이젠 나도 눈물과 후회보다 이렇게 내 마음을 적어 보려고 해. 이 편지의 내용은 다른 의미에서 찬란하겠지만 그 바탕은 사랑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잖아.


부디 이 편지들이 당신에게 진심으로 닿기를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랄 뿐이야. 나도 억울, 자책, 불안, 고통이라는 감정에서 조금은 떨어져서 글로써 나와 당신을 응원하고 기다릴게.


이 기다림이 부디 헛되지 않게 해 줬으면 정말 좋겠다. 정말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