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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Dec 06. 2021

<안나 카레니나>

3편, 사랑의 불시착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본문 중에서>




드디어 마지막 장을 넘겼다.

나는 관찰자인 제삼자의 시선에서 등장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았지만, 마치 한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낀 탓인지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이게 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보고 있지 않아도 그들은 어딘가에서 계속 그들의 인생을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고 또 연결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안나 카레니나를 내 사유 안에 가둔지 꼭 일주일 만에 놓아주었다.


1873년부터 1877년까지 무려 5년에 걸쳐 완성한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의 작품.

긴 시간만큼이나 많은 인물들의 삶과 감정들을 담았고, 다양한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보기도 그들 자신이  되어 보기도 하면서 꽤나 입체적인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등장인물도 많고, 그들 각자의 말, 행동, 사유 하나하나까지 감정선이 너무나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나  스스로도 여러 인물의 감정선을 옮겨 다니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다양한 인물들과 그 관계를 통해 연결되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사건들. 그로 인해 생겨난 감정들의 표현들은 흡사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결혼, 삶, 죽음... 어쩌면 내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경험해봤던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었기에 더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감정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며 괴로워하지만 이내 본인의 감정에 솔직하게 굴복하고 새 삶을 살아 가려 한 용기 있는 여인.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향한 부정과 불신의 늪에 스스로를 가두며 그토록 사랑했던 이에게 죽음으로 복수하고자 한 가련한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안나가 죽기 전의 긴 독백은 마치 그녀의 머릿속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너무나 생생하고 아련해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주인공인 안나의 죽음이 이 책의 끝이 아닌 것처럼,

레빈의 삶이 죽음에서 신의 수용과 함께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번쩍이는 순간이 탄생한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만 같다.


그들이 그 시대 살아냈던 그 현실은 지금의 우리와 많이 다르지만 우리가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까닭은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영역이 아닐까.


이 책과 함께 울고 웃었던 기나긴 여정의 여독에서

한동안은 빠져나오지 힘들 것만 같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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