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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꽃'을 좋아할까?

엄마 휴대폰 단골 배경화면

by 메이쩡


아이의 등원길과 하원길, 출퇴근 후 돌아오는 길, 마트를 가는 길,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

이사 후 제법 익숙해진 이 길에 늘 마주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꽃과 풀 그리고 나무. 이들과 어울리는 풀벌레...


시멘트 바닥만 밟으며 서울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어서 그런가 요즈음 흙을 밟으며 풀내음을 맡으며 오고 가는 이 공원 길이 너무 좋다. 혼자 거닐 때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고 걷기도 하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새어 나오는 웃음에 흠칫 놀래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꽃들을 지나갈 때면 마치 내 팔에 한 아름 가득 안기기라도 한 냥 부자가 된 느낌도 든다. 그러다 문득 늘 집안에서 화분을 키우는 엄마가 떠올랐다.


" 우리 엄마는 왜 꽃을 좋아할까? "


나는 엄마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엄마는 처음부터 꽃과 식물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왜이렇게 꽃을 좋아하실까?궁금해졌다. 엄마에게 물어보면 그냥 예쁘잖아! 하고 대답하실 것만 같지만, 그냥 왠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나이를 먹어가며 왜 꽃을 더 좋아하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단지 그저 아름다워서?

젊은 시절 못내 이룬 꿈의 아쉬움이 화려한 꽃에 투영되어 대리만족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젊었을 때 고생 고생하며 아이들을 키워내고 나니 습관처럼 또다시 키워낼 만한 존재를 찾는 걸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보면 나까지 행복해진다. 친정에 갈 때마다 터미널에서 꽃 한 다발을 사곤 한다. 늘 집에 갈 때면 이게 그때 준 꽃인데 아직까지 잘 크고 있다며 꽃처럼 만연하게 핀 웃음을 머금은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주 가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 더 꽃을 선물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이젠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예전에 보는 꽃들은 그저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었는데, 시간이 점점 가고 아이가 커가면서 보이는 꽃들은 온 마음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다. 마치 우리 엄마 같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하면서, 우리 아이같기도 하다.


벌써부터 겨울이 오는 게 두려워질 정도로 벌써부터 꽃과 나무와의 이별이 두렵다.

두려운 만큼 아쉬운 만큼 있을 때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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