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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Jun 30. 2023

어느 날 끔찍한 벌레가 된다면?

<돌연한 출발>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쓴 글 속의 한 문장이다. 카프카의 문학적 명성에 부끄럽게도 난 이 책을 통해 카프카의 문학세계를 처음 접했다. 1883년도에 태어나 41세를 일기로 세상과 이별한 그의 삶은 짧지만 강렬했고 여전히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의 삶과 문장을 궁금하게 한다.


덤덤한 문장 하나에도 마치 보이지 않는 고통이 서려있는 듯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아주 짧은 단편을 읽어 내려가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쉽게 다가오는 글은 아니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해충, 다리의 삶에 물아일체 된 느낌으로 읽어 내려가니 그제야 그 의미가 조금씩 다가왔다.


강압적 아버지와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 그리고 잘해주는 듯하면서도 모순된 행동으로 대하는 세 여동생과의 관계 속에서 그는 왜 흉측한 벌레가 되는 상상 아니 현실을 그렸던 것일까? 아버지의 권유로 법을 전공하고 보험회사에서 십 년 넘게 영업을 하면서도 전업으로 글 쓰는 이들보다 더 많은 글을 쓰며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카프카.

왜 그의 삶에서 지금의 우리 현실이 보이는 걸까? 아마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도 그의 생각과 그의 문장이 곱씹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는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책 속의 다양한 인물과 생물을 통해 고스란히 흡수하게 했는데 한번 보아서는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글도 있었다. 그럼에도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나도 모르게 차올랐다.


훝날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게 부탁해 자신이 쓴 모든 글을 없애달라고 했는데 만약 친구가 그의 유언을 지켰다면 지금 우리가 카프카의 글을 마주하는 행운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글을 번역한 작가는 말한다.

그는 슬픔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희망을 읽는다고. 처음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것도 같다. 고단했던 그의 생애에 위로의 인사를 건네면서 그의 글은 다시 한번 읽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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