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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Jun 08. 2023

<풍수전쟁>

픽션과 논픽션의 아찔한 경계

<풍수전쟁>

사실 나는 소설에 관심이 없었다.

허구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소설을 읽게 되었고 읽으면서 내내 빠져들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고, 현실보다 더 통쾌하고. 그러면서 소설도 조금씩 읽게 됐고 좋아하게 되었다.


<풍수전쟁>

김진명 저자가 내놓은 2년 만의 신작이다.

전쟁이란 단어가 주는 묘한 긴장감. 우리는 현실에서 장난스럽게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돼버렸지만 여전히 어떤 곳에서는 그 전쟁은 현실이자 고통 그리고 생존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정치, 역사, 지리, 사회까지 여러 범주의 문제를 아주 자연스럽게 꼬집는다. 두 명의 주인공이 의문의 쪽지 속 암호 같은 비밀을 파헤치면서 똬리를 틀고 있던 밧줄이 모두 풀어헤쳐지듯 서서히 진실이 드러난다.


명나라 사료가 아닌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작성한 역사가 그 후손들에 전해 내려 오며 아무도 의문시하지 않았던 역사의 뒤틀림에 반격을 가한 올곧은 청년.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 살면서 미신, 주술을 끌어내서라도 바로잡고 싶었던 그의 집요함이 아니었다면 남은 이들은 여전히 가던 대로 하던 대로 그저 의심 없이 살았을 것이다. 마지막 그의 분신은 결국 과거의 역사는 현재와 맞닿아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안타까운 희생이었다. 누군가는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희생


경제 위기, 인구 소멸 등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가 현실에서 소리 없는 전쟁처럼 아우성치는데도 우리의 일상은 같다.

눈과 귀로는 이해하지만 손과 발은 여전히 같은 일상을 향유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정신 차리라고 말을 건넨다.

모두의 안일함과 부당함에 대한 무시는 결국 역사의 왜곡에 간접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새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우연찮게 현충일에 읽게 되어 그런지 무언가 더 끓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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