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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Jan 20. 2022

돋보기 맞추다

돋보기를 맞추었다.

 

어느 때부턴가 글자가 작고

흐릿하게 보였다. 설마 노안인가?

요즘 노안 연령이 낮아진다고도 하고

  오랜 시간 책을 끼고 살았으니

남들보다 조금 일찍 노안이 온다 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글자들이 시원하게 보이지 않아

심각하게 독서를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돋보기를 쓰자.

용기를 냈다.

용기씩이나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돋보기처럼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안경테를 보여 달라는

나의 부탁에

"노안이 좀 일찍 오셨네요."

안경점 주인은 웃는다. 민망하다.

"아뇨, 제가 좀 동안이라 그렇지

노안이 올 나이예요."

시력이 꽤나 좋았던 나로선

이 반갑지 않은 손님이 낯설어 죽겠다.


숨기면 숨길수록

점점 더 드러나는 것은

가난, 기침 그리고 사랑이라고

하지만 하나 더 추가다.

정말 감출 수 없는 건 나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돌아누워  추억에게 먹이를 준다.

어쩐지 요즘 나의 추억팔이가 잦았다.

너무 많은 것이 잊히고

잃어가게 만드는 나이의 힘에

새삼 감탄한다.


하기야,

한결같이 세월을 견디는 그리움이

어디 있으며 시들지 않는 꽃이,

끝까 꺼지지 않는 사랑이란 게

있기나 했던가.

그에 비하면 이쯤 노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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