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빗물
당신을 얼마나 투명한가, 혹은 얼마나 진한가.
최고의 물을 찾아 헤매던 중, 목마름에 얼굴을 타고 내려온 노란 빗물을 나도 모르게 입안에 모아본다.
더럽고 짙은 진한 노란색이다.
도대체 최고의 물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일단 입안에 모인 이 액체를 삼켜버릴까.
'소중한 물을 찾아 마신다.' 보다는 '내게 들어와 갈등을 쫓아내 준 물에게 소중함을 느낀다.' 가 더 인간답지 않은가.
글쎄.
갈증에 중독이라도 된 듯, 서로의 오줌을 나눠 들어 켜는 저들의 옳음을 볼 때면, 난 홀로 그름이 되리라.
난 누구도 마실 수 없는 투명하고 경외로운 물로써만 존재하리라.
어쩌면 나는 내 오줌을 마셔온 것일지도, 이미 너무 많이 마셔버려 벌써 미쳐버린 것일지도.
내게 보이는 저 노란색은 노란색인가.
내게 보이는 저 투명함은 당신에게 무슨 색이야.
결국 나는 입안에 모은 노란 빗물을 전부 뱉어냈다.
무명의 내 글을 누군가 해석해 줄 것 같지 않으니, 스스로 해석하자면. 이전의 글 [기억 조작 불가]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억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한 번 새겨진 경험은 돌이킬 수 없다. 나는 내가 사랑할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다가 너를 사랑하게 될 나를 경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기억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다들 어른스럽게 타협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겠지.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 한 것 같다.
누군가와 섞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오줌이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건 아름다움이다.
다만, 섞였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섞이면 그건 몸 속에 들어갔다가 도로 나온 액체인 오줌을 마시는 것이다. 그건 난잡함이다.
섞이고 섞이고 섞이고 섞여가며 아무렇지 않은 듯, 서로를 주고받는 저들이 이상한가.
아니면 그런 저들을 이상하다고 하는 내가 이상한가.
응, 알고 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