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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마주하는 태도

2406300203

by ODD

피하고 싶은 대상에 대한 두 가지의 태도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장화 같은 태도.

그중 하나는 슬리퍼 같은 태도.


조금의 비도 발에 젖게 하지 않겠다는 태도.

비를 더 맞겠지만 차라리 받아들이겠다는 태도.


장화는 대부분의 경우 비를 막아주겠지만, 혹시라도 장화 속에 비가 들어가게 되면 정말 곤란해진다.


슬리퍼는 사실상 발 전체에 비를 맞겠다는 거지만, 얼마나 젖던지 금방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완벽하고 싶은 마음에 장화를 신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실수, 저런 실수에 장화 속으로 비가 조금씩 들어갔고, 어느 순간 장화의 의미가 없어지면서 슬리퍼가 더 편해 보였다.


그렇게 고집을 하나둘 내려놓고 융통성을 찾게 되는 것 같았다.


그 융통성이 단순한 자기합리화가 아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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