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밭 속 첫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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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하긴 하지만 음악도 만들어 봤고, 시각 디자인과 로고는 꽤 괜찮게 만들어 봤고.
뭐, 보다시피 글도 써보긴 했다.
난 하고 싶은 게 많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개념, 새로운 장르, 새로운 시스템.
다빈치가 부럽다, 나는 그를 경외하며 질투한다.
그는 몇 세기 전에 여러 직업인으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몇 세기 전이라면 현대 사회에 비해서는 문명 수준이 낮다.
물론, 그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문명 발전은 없었겠지만, 단순히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 시절, 강력한 종교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견해 낸 지동설은 현재 어린아이도 당연하게 알게 됐다.
그 무지의 시대에서는 깨달음의 즐거움을 얻기가 더 쉬웠을까.
답이 나온 뒤에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쉬워 보인다.
그럼에도 그 시대는 마치 밤새 내린 첫눈이 소복이 쌓여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 새하얀 눈밭처럼 보인다.
어디를 밟아도 남는 새로운 발자국은 개척과 성취의 만족감을 비교적 쉽게 채워주지 않았을까.
그들은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에 대해서 어떠한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후세의 그들도 우리의 이 시대를 발자국이 없는 눈밭으로 볼까.
어쩌면 눈은 끝없이 내리는 것일지도, 이미 발자국이 난 곳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하얗게 돌아오는 것일지도.
내가 남길 발자국은 어디에, 그리고 그 발자국은 언제까지 남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