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정윤 Aug 08. 2023

아님 말고. / 티모시샬라메 / 빠른 년생



아님 말고.

나 이번에 느낌 왔어. 잘 될 거 같아. 아님 말고.

돈이 그렇게 중요해? 나는 별로. 아 아니야? 아님 말고.

내 생각엔 걔가 너 100% 좋아해. 아님 말고.

나 너 기억해. 우리 2020년에 처음 만났잖아. 아님 말고.

나는 네가 없음 못 살지도 몰라. 너도 그래? 아님 말고.

너 MBTI는 ESTP 같아. 아님 말고.

나 요즘 좀 재밌어진 거 같아. 아님 말고.

인생이라는 건 참 어려워. 아님 말고.

너도 나만큼 생각이 많니? 아님 말고.





티모시 샬라메

그는 신이다. 이건 그저 그에 대한 러브레터가 아니다. 나는 그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 책상 위엔 세 명의 티모시가 있고 왼쪽에도 하나 더 있다. 한 장 남은 콜바넴 포스터는 액자 안에 있다. 그는 완벽하다. 물론 인간 티모시가 어떤 사람인줄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거 같다. 얼굴이 잘생겼으면 연기를 못해야 하는데 연기를 잘하면 팬들에게 다정 하면 안 되는데. 그 모든 걸 다 가졌다. 뉴욕에 가서 든 생각 중 하나는 어떻게 시끄럽고 냄새나는 뉴욕에서 태어났는데도 사람이 그렇게 다정할 수 있나였다. 배우를 해줘서 너무 고맙다. 이중국적이라 프랑스어도 한다. 못하는 게 없다.

 티모시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좋아한다. 그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웃음 짓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나와 극장에서 티모시가 나오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특별한 사람들이다. 왜냐면 그 영화들을 떠올릴 때마다 함께 본 당신들이 계속 떠오를 테니.



빠른 년생

나는 빠른 년생이다. 이것은 평생을 따라온 나의 콤플렉스였다. 초등학교 2학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무슨 조사를 해야 하니 빠른 년생 손들어보라고 했고 별생각 없이 손을 든 나는 다음 쉬는 시간, 같은 반 여자애에게 화장실에서 " 너 XX년생이면 나한테 언니라고 불러"라고 들은 이후 매년 학기 초, 학기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디 가서 어려 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점잖게 행동하고 의젓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어딜 가든 오히려 리더를 맡거나 해서 나이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고, 내 성격에 많은 부분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지금 나와 함께하는 친구들은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이들 앞에선 내가 바보 같아져도 좋다.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 반대로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함께 있다 보면 내가 엄청 웃고, 마음이 꽉 채워진 느낌이 든다. 이 친구들과 앞으로 어떻게 나이를 먹게 될지 궁금해진다.

요즘엔 김은정과 하루의 끝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잠에 드는데 참 좋다. 하루 종일 뭐 했는지 , 내일 뭐하는지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주제로 흘러가 또 웃다가 진지한 이야기를 한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관계들이 있다. 어떠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다. 인생의 일정한 부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 고맙다. 우리가 나누는 과거 이야기는 해도 해도 절대 닳지 않고 오히려 선명해지고 소중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구멍 / 규민이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