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재 직장인 독서 전투 에세이
무엇인가 방아쇠를 당겼고, 당연한 듯 한 권의 책을 집어 들고 주말 동안 읽어 보았다. 마지막에 읽어본 것이 2014년인데, 머릿속에 남아 있던 줄거리가 제법 뚜렷해졌다.
19세가 된 와타나베는 도쿄의 한 사립대학에 진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다. 고등학교 시절 절친 기즈키의 연인인 '나오코'를 만나게 되고, 덮어두었던 서로 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기즈키와 나오코는 어린 시절부터 교재를 해 오던 사이이다. 10대가 되어서는 서로의 성감대를 만져주고, 절정을 가게 할 정도로 스스럼없는 사이였다. 그러한 생활이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치 섬에 유기된 소년 소녀 들처럼 생활을 한 것이고, 자연스레 쾌락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들 측면에서는 와타나베가 유일한 세상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던 중 기즈키가 자살을 했다.
2년 6개월이 지나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도쿄에서 만나게 되었다. 서로 간의 감정을 확인할 즈음 나오코가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세상에 뛰쳐나온 발가 벋은 소녀는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어색했을 것이다.
와타나베의 대학생활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음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기숙사 생활은 룸메이트 '돌격대'와 나가사와 선배 덕에 지루하지는 않게 생활을 한다. 특히 도쿄대학 법학부 수재인 나가사와 선배는 주말마다 여자들을 유혹하러 나간다.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주말을 즐기러 나가고, 대략 70~80명의 여성들과 잠자리를 했다. 와타나베도 나가사와 선배와 주말을 함께하며, 여성들과 원 나이트를 하게 된다.
한편, 같이 수업을 듣는 미도리가 와타나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서점)에 와타나베를 초대하여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한다. 그때 집 근처에 불이 나는데, 둘은 옥상에 올라가 화염을 바라보며 키스를 한다. 미도리는 적극적이고, 성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에 미도리의 남자 친구는 실망을 하고 있다.
그즈음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연락을 받고, 요양원으로 찾아가게 된다. 나오코의 생활은 규칙적이고 차분하다. 그곳에서 나오코의 보호자 역할을 하던, 40세 정도의, 레이코를 만나게 된다. 레이코는 와타나베가 나오코와 의사소통하던 것을 지속적으로 도와준다. 그렇게 사흘을 보낸 후 다시 도쿄로 돌아와 생활을 한다. 와타나베는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시작하였으며 의도치 않게, 미도리에게 연락을 안 하게 되었다. 다시 미도리에게 연락했을 때, 그녀는 심하게 골이 나 있는 상태였다. 와타나베와 미도리는 다시 만나는데, 그녀의 바뀐 헤어스타일과, 자취방에 초대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도리는 이별을 선포한다.
나오코가 자살을 했다. 와타나베는 그녀의 버팀목이었던 레이코를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자리를 하게 된다. 그는 주말 여성들과 잠자리를 멈춘 상태이다. 그리고 미도리에게 연락을 하며,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글이 마무리된다.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중략) 나는 아무 데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계속 미도리를 부르고 있었다."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을 1949년 11월 생인 와타나베에게 대입시키게 된다.
37세인 와타나베가 독일 출장 중 그의 스무 살을 회고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글의 내용 중 19세 와타나베는 독일어 공부를 한다는 내용이 자주 언급되는데, 37세 현재의 와타나베가 독일행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과 상관성이 있을 것 같다.
1969년 일본에서 아침으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 먹으며, 신칸센을 타고 다니는 도쿄의 학생인 와타나베를 보며,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소년이 생각났다.
1998년 학교 복학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 읽었다. 깊은 상처가 느껴졌고, 허무함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2004년 직장인 2년 차 시절 읽어 보았을 때는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연애소설이었다. 그때 주로 읽었던 책이 경제/경영/재테크와 같은 실용서였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눈에 안 보였다.
2014년 직장인 11년 차에 다시 읽었을 때는 다시 와타나베의 감정이 들어왔다.
2017년 네 번째 보니, 나는 점점 '와타나베'로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글에서 나가사와 선배는 와타나베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다는 이유로 친구가 된다. 누군가 위대한 개츠비와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면 친구로 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