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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집에 가는 길~~

처음 해보는 일

by 미카

"보호사님이 병원 진료가 있어 오늘 늦으신다고 하는데 부모님 점심을 차려드려야 하는데 나는 오늘 시간이 안 되네. 누구 갈 사람 있을까?"

큰언니의 SOS다.

셋째 언니는 회사에 일이 있어 안된다고 하고

둘째 언니는 톡을 안 읽는데.

"제가 갈게요."

그래도 시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급한일을 마무리하고 점심시간에 맞추어 엄마집으로 출발했다.

점심을 뭐로 해드리지? 매번 죽을 사가거나 포장을 했었는데 오늘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사실 어제저녁 집에서 갈치조림을 해서 먹는데 문득 '엄마도 갈치조림 좋아하시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이 뭘까? 생각해 보니 냉면. 순대, 갈치조림? 그 외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내 새끼 좋아하는 거는 10개도 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트에서 갈치를 사서 조림을 만들었다. 식탁에 점심을 차리고 부모님을 모셔왔다.

엄마는 식탁을 보시며

"뭐~~ 여? 갈치네. 맛있겠다." 좋아하셨다.


내가 만든 갈치조림

아버지가 요즘 혼자서 식사를 못 하셔서 먹여드리는데 천천히 잘 받아 드시고 엄마는 살을 발라서 밥에 올려드리니 맛있다시며 잘 드셨다.

"갈치를 오랜만에 먹어보네. 오랜만이라 그런가 맛있네" 엄마는 연신 수다쟁이였다.

다음에 또 해드린다 하니 좋으시단다. 아버지 병세 악화 이후 엄마의 컨디션은 많이 좋아지신 것 같다.

그리고 식사하다가 엄마는 나를 문득 쳐다보시더니 "얼굴이 뽀얗고 이쁘네" 연신 칭찬이셨다. 휴일의 편한 복장이 아니라 출근룩에 화장까지 한 막내딸 모습이 엄마는 좋으셨던 것 같다. 안 아프실 때도 일하다가 잠깐씩 들를 때 이쁜 옷이라도 입고 있으면

그렇게 이쁘게 하고 다니라고 하셨던 것 같다.

당신 딸이 예뻤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일 거다.

나도 우리 엄마가 지금만큼만 곱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두 분 목욕을 시켜드리고 옷을 갈아입혀드리니 너무 개운해하셨다. 그리고 로션을 발라드리다 보니 엄마 아부지 손톱 발톱길이가 한길은 되는 것 같았다. 손톱깎이로 두 분 모두 깎아드리며 생각해 보니 부모님 손발톱을 깎아드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밥 먹고 목욕하고 손발톱 깎고 사소한 일상이지만 세월의 흐름에 부모님은 이도 힘드신 것이다. 나도 요즘 들어 부모님께 처음 해드리는 게 많은 것 같다.

오늘도 갈치조림 해드린 거, 손발톱 깍아드린일. 처음이다, 앞으로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겠지만 그 또한 추억으로 쌓일 것 같다.


목욕 후 노곤함에 잠을 청하시는 부모님께 말씀드린다.

"엄마. 아버지 저 일하러 사무실가요.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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