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고
아프리카 원주민을 포함해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카렌 블릭센의 사랑과 이해가 그녀의 방대한 인문학적 배경 속에 녹아 있는데.
1. 책은 영화와 몹시 달랐다.
어차피 영화는 다른 장르이고 원저자가 아닌 감독의 예술 작품이다. 시드니 폴락이 리메이크하여 영화로서 다시 태어나면서 작품성이 뛰어나 많은 상을 받았지만….
책에서 본 실제의 두 사람은 영화에서보다 몇 배 멋지고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두 남녀 배우는 카렌과 데니스의 인격과 지성의 깊이를 표현하는데 역부족이었다. 특히 로버트 레드포드는 야성미와 기품 있는 인격과 인문학적 조예에 있어서 데니스 핀치해튼의 반도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 (로버트 레드포드 팬에게 몰매 맞을지 모르지만, 저도 못지않은 왕 팬이다. 옛날 배우라서 젊은이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시각 예술이므로 장면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스토리를 생략하거나 변형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영화와 책이 몹시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
## 두 주인공과 사자
사자는 영화나 책이나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데니스의 무덤 부근에서는 늘 사자들이 노닌다. 아프리카에서 그 시절에도 사자는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나 보다.
영화에서 사자에 얽힌 중요한 장면은 평원에서 메릴 스트립이 사자에게 공격받을 때 레드포드가 사자를 쏘아 죽이며 처음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과 사파리 투어에서 두 사람이 사자 두 마리와 위험하게 조우하는 장면이다. 이 것은 책에 비하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실제로는 새벽에 기린의 시체를 뜯고 있는 사자를 두 사람이 교대로 처치하던 때와 야밤에 원주민 소작농 헛간에서 소를 잡아먹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를 치밀한 계획 끝에 사살하는 장면이다. 카렌이 초롱불을 밝히고 데니스가 세발의 총알로 두 사자를 죽이며, 이 소동을 알고 모든 주민들이 나와서 환호하고. 특히 야학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원주민 아동들이 기뻐서 맴돌며 노래를 지어 부른다.
처음엔 빛의 동그라미가 작은 여우처럼 생긴, 눈이 휘둥그레진 자칼을 비췄고 손전등을 움직이자 사자가 동그라미 안에 들어왔다. 우리를 향해 똑바로 서 있는 사자는 검은 아프리카 밤을 배경으로 무척이나 밝게 보였다. 총성이 울렸을 때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나는 순간적으로 무슨 소린지 몰라 어리둥절해서는 천둥소리를 들은 듯한, 혹은 나 자신이 사자의 처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사자는 돌처럼 쓰러졌다. 「움직여요. 움직여요.」 데니스가 외쳤다. 나는 손전등을 더 멀리 비췄지만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서 온 세상을 담고 있는, 내 지배하에 있는 빛의 동그라미가 계속 춤을 추었다. 하지만 그 춤의 한복판에 두 번째 사자가 있었고 우리에게서 도망쳐 커피나무 뒤로 반쯤 숨은 상태였다. 빛이 닿자 사자는 고개를 돌렸고 데니스가 방아쇠를 당겼다. 사자는 동그라미 밖으로 쓰러졌으나 일어나서 다시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왔고 우리를 향해서 홱 돌아서는 찰나 두 번째 총알이 발사되고 긴 울부짖음이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아프리카는 끝도 없이 커졌고 데니스와 나는 무한히 작아져서 그곳에 서 있었다. (p 271) **
## 말 타는 장면: 두 사람은 말을 잘 탔다. 말과 함께 산책하고 사냥하며 일한 것은 두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책에서 드러난 말을 다루는 솜씨가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 수준이다. 때문에 말을 타고 시원하게 평원을 질주하는 멋진 모습이 있어야 했다. (<남과 여>의 어느 장면처럼)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 속의 말 타는 장면들은 좀 평범하다.
## 영화 속 로버트 레더포드가 메릴 스트립의 머리 감기는 장면: 이 이야기는 책에 없는데 카렌의 사진첩에 이런 사진이 한 장 있다. 전기 집을 토대로 만든 듯하다.
##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두 사람 이야기에서 클래식 음악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데니스는 농장에 처음으로 축음기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종종 새 음반을 구해 와서 농장에 활력을 주었다. 그러나 이 곡을 자주 틀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모든 곡들은 시드니 폴락의 재구성인 듯.
2. 두 인물에 감탄하다.
## 데니스의 배경: 형의 이름에 경(卿)이 붙어서 귀족 집안의 상류층인 것을 짐작할 수 있으며 이튼 학교를 나온 언급이 잠깐 있다. (어느 인물사전에는 옥스퍼드대를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사후(死後)에 이튼학교의 개울에 그를 기념하는 돌다리가 놓였다. 골프와 크리켓에도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데니스가 자랑을 하지 않아서 이 모든 사실을 카렌은 그가 세상 떠난 후에 알았다.
사냥을 즐기며 아프리카를 몸소 살아가는 야생의 사람이 시를 외워주고, 구약의 중요한 부분을 모두 외우며 사파리를 떠날 때 늘 성경을 지녔다고 하니. 내게도 이상적인 연인으로 다가온다. ***
## 카렌의 야성미: 덴마크의 안락함을 버리고 아프리카로 이주한 것 자체가 그녀의 모험 즐기는 성격을 드러낸다. 문화 예술에 조예가 있으면서도, 온갖 종류 동물들의 사냥을 즐겼고(나이가 들면서 사냥을 안 하기로 결심했지만) 말을 잘 탔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온유하면서도 리더십 있는 여장부 기질도 보여준다. 프랑스어도 잘했는데 책을 영어로 출판한 것이 놀라웠다. 영어로 먼저 출간되고, 덴마크어가 나중이었다. 헤밍웨이의 파리 생활을 적은 글『파리는 언제나 축제 』에도 카렌이 나오고 반항아의 원조 격인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도 학교에서 참참이 이 책을 읽었다. 그녀의 매력을 알아보는 동지가 여러 계층에 걸쳐 있다.
## 데니스 죽음의 시점: 영화에서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내용은 카렌이 농장의 파산과 데니스의 죽음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되어 있다.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하는 시나리오의 구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밍의 차이가 있다. 데니스는 카렌이 아프리카를 떠나는 준비를 하는 중에 사고를 만났다. 오히려 실제 이야기에서는 더 기묘한 클라이맥스가 존재한다. 영화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농장의 파산으로 카렌은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되어있었고 데니스는 고국에서 카렌이 잘 지낼 거라며 그녀를 격려한다. (아마도 그들은 결혼은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난 모양이다. 세간에서 데니스가 자유로운 삶을 원했다고 하니) 그러나 데니스는 무의식 중에 카렌이 떠난 후 자신의 삶의 양태에 대해 혐오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그 감정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니스는 여러 해 동안 우리 집에 보관해 둔 책들을 가져가겠다는 말만 하고 도무지 가져가지를 않았다. 그는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은 친구의 강권에 못 이겨 나이로비의 임대용 방갈로를 구경하고 왔는데 잔뜩 실망해서 아예 그 애기는 꺼내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저녁식사 때가 되어서야 방갈로의 상태며 그 안의 가구에 대해 설명하다가 말을 뚝 끊고 침묵에 빠져 들었다. 나는 그가 그토록 혐오감과 슬픔에 찬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보았다. (p406)
다음과 같은 추측을 해 본다. 즉 데니스는 겉으로는 카렌에게 결혼이라는 메이는 삶을 선택하지 않겠노라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는 삶이 막다른 골목이나 낭떠러지를 맞이하는 삶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일주일간의 비행을 포함한 여행 일정이 있었고, 미래에 대한 양자택일이 어려운 상황에서 하늘이 해결해 주신 것이 아닐까 하는.
3. 사랑의 감정 표현에 대한 절제
남편에 대한 사랑 없음이 남편이라는 단어가 책에서 거의 한번 정도밖에 언급되지 않는 걸로 드러난다. (자전적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처럼 남편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림자처럼 동행한 하인 파라가 가장 많이 나온다. 데니스는 우정을 나눈 것처럼 담담하게 몇 챕터에 걸쳐서 나오지만 단번에 대단한 사랑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I love you 등의 표현이 하나도 없고 연애감정이나 육체적 접촉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으나 두 사람 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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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시나리오는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뿐 아니라 주디스 서먼이 쓴 『카렌 블렉센 전기집』도 참고한 것 같다.
** 이 부분에서 야생동물 보호자들의 오해가 없었으면…. 그때의 상황에서 사자는 밤에 때때로 나타나 외양간의 소들을 무참히 잡아먹는 악한(惡漢)이었다.
*** 그러나 데니스는 카렌과 우정(사랑)을 나누는 동안에 다른 여성과도 관계를 맺었다는 설이 있다. (비행사 베릴 마크햄, 최초의 여성 대서양 단독 비행자)
**** 출판사 열린책들 『아웃 오브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