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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Aug 18. 2023

그 남자와의 소개팅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

 윈지 작가님 8월 16일 발행 몽테뉴 수상록에 대한 글을 읽고, 그 책이 궁금해졌다. 어제 오전 10시에 인터넷 교보문고로 주문하니 같은 날 밤 10시 남짓 도착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택배공화국!) 메이트북스에서 발간된 책은 수상록의 중요한 부분만 발췌해 편집한 것이라 두께가 얇아서 좋았다. 한밤에도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깊은 묵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넬의 <Wanderer> <Still Sunset>을 들으며 거실의 양탄자 위에 소확행의 아지트를 틀었다. 잔잔하며 심금을 울리는 수상의 강 위 노 저어 가다, 반을 넘기고서부터는 눕는 자세로 전환, 비몽사몽이 되었다. 꿈속에서 까지 내용이 이어지더니 졸지에 윈지 작가님이 나타났다. 함께 몽테뉴에 대한 뒷담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해가 눈부시도록 늦잠, 허둥지둥 지각 출근으로 이어졌다. 간밤에 작가님에게 수다 떨며 보고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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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지에게,


 네가 처음 이 남자와의 소개팅을 주선했을 때 만날지 말지 주저한 건 사실이야. 지혜로운 사람인 것은 알겠는데 좀 옛날 선비 스타일 일거 같아서.     

 그런데 처음 만나자마자 수줍어하며 진솔한 그의 태도에 그만 푹 빠지고 말았어. 자신은 하찮고 쓸데없는 사람이라며, 이 만남으로 시간을 빼앗길 필요가 없다나?

윈지 네가 ‘나의 단점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당신에게도 그 단점이 있노라’ 말해주지 않는다는 그의 신조를 알려줬을 때 느꼈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새록새록 그의 겸손함이 다가왔어. 그는 자신을 잘 알기에 거짓 찬사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해. 명성을 탐하느라 헐값에 자신을 팔지도 않는다 하고.

 그는 뜻밖에 이런 고고함 속에 도전정신과 몰입능을 숨겨 두었더라. 춤출 때는 춤만 추고 잠잘 땐 잠만 자며 전심전력해서, 인생을 다른 사람보다 두배로 즐기고 있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침대보다는 말위에서, 집 밖에서, 내 사람들과 먼 곳에서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나. 그의 이런 신선함이 좋아.

 무엇보다도 늙음과 죽음에 대해 무서워하는 내게 큰 위로를 주었어.

 언제 어디서고 죽음을 생각하며, 죽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기다리는 훈련을 하면 괜찮아진다고 해. 우리들이 겪는 자연적 쇠퇴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는 자세도 알려 주었어. 노인들에게 건강과 지혜를 구하되 밝고 사교적이기도 간절히 바라고, 노년에 여전히 리라(하프와 같은 현악기)를 다룰 수 있게 하옵소서 하고 기도한다니. 얼마나 멋지니?

덕분에 브런치에서 경계해야 하는 일도 깨치게 되었어. 학문이(글쓰기도 해당되겠지?) 과시의 대상이 되거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애깃거리, 마치 세고 버리는 곳 외에는 어디에도 쓸데없는 가짜 동전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조언.

 무엇 보다 이 남자와의 관계에서 내 마음이 설레는 것은 각각 진정한 자유와 고독을 만끽하는 두 사람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감이야. 그는 온전히 자신만의 뒷방, 즉 아무도 침범 못하는 은신처를 마련해서 자주 혼자만의 고독과 자유로움을 만끽한다고 해. 나 또한 이러한 습관을 키우려 고.


 나는 이 남자에게 빠졌고 도 날 싫어하지 않는 눈치야. 한마디로 우리는 썸 단계까지 온 거지. 앞으로 우리의 앞날을 생각할 때 두 가지가 떠오르네. 하나는 긍정적인 면, 하나는 부정적인 . 플러스적인 요소는 소문에 그 사람이 아름다운 호반도시에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거야.  생각을 하면 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라.( 속물근성 너 잘 알잖아?) 걱정되는 요소는 그가 과연 결혼에 관심을 갖을까 하는 하는 것이지. 깊은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분이 생활인(生活人)도 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네. 하긴 뭐 소크라테스도 아내를 두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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