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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Jan 30. 2023

눈 오는 날의 브런치

글쓰기가 잘 될 것 같은

 구정 지나 처음으로 제법 풍성히 눈이 흩날린다. 카카오 배경에서는 더 함박눈이다. 평범하던 우리 집 베란다 밖 풍경도 그럴싸해졌다. 새해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처럼 마음이 들뜬다. 피터팬에 나오는 요정 팅커벨이 이번에는 흰색 반짝이를 뿌려 놓았네. 어떤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려나?

 한편으론 택배 아저씨, 운송업 기사님 힘든 날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해인가 눈이 퍽 많이 와서 행복하며 흡족했던 마음을 나누었을 때 군대 간 아들을 둔 친구가 펄쩍 뛰었다. 아들이 치우고 치우고 또 치워도 감당이 안 되었다며, 마치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리는 것 같다고 했단다.

 큰 송이눈이 제법 낭만적 분위기를 만든다. 이럴 때 얼른 켜는 노래가 있다. 또 옛 가요? 하며 동생은 핀잔을 주지만. 역시 이치현과 벗님들의 <사랑의 슬픔>이다. 애절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한 곡이지만 오히려 눈 오는 거리의 경쾌한 풍경이 그려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눈꽃과 사람들과, 자신의 마음이 선율 속에서 한 폭의 수채화가 되었다.

 “근데 언니 눈이 내리네요.”

 얼마 전 십여 년 만에 재회한 대학 후배로부터 아침 맨 먼저 카톡 메시지가 왔다. 우리는 전날 밤부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눈이 주제를 가로막은 셈이다. 오랜만에 보았는데 서로가 인생 후반에 글쓰기에 매료되어서 금 새 할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나이 많은 이답게, 등단하고 수필집을 내게 된 경위를, 후배는 브런치라는 글쓰기 카페를 소개했다. 혼자서는 도통 글쓰기 진도가 안 나가던  때라 솔깃했다.

“나도 브런치를 할까?”

“강추! 꼭 해보세요.”

  비록 작심삼일 형이지만 계획 세우기와 새로운 일 해보는 것은  좋아하던 터이다. 기기에 서툴러 우여곡절 끝에 접속에 성공했다.

“브런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앗.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와우.

<브런치 이용 안내문> 만도 한 보따리, <키워드로 분류된 다양한 글모음>의 무궁무진함, 글을 안고 있는 배경 화면의 세련됨! 갑자기 어지러워진다. 이런 세상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했었다니. 역시 팅커벨이 대단한 세계로 인도했군. 언제 어디선가 꿈꾸던 세상 같기도 한데. 잠깐, 후크선장과 악어도 있을지 몰라. 주의사항을 찬찬히 읽어보자.

 아, 거리엔 흰 눈이 쌓이고, 내 가슴엔 글쓰기에 대한 설렘이 막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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