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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May 05. 2023

옛 초등학교 가보기

어여쁘고 어여쁜 점암 초등학교

 중년이 되어 옛 초등학교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을 다른 도시에서 보낸 경우 그 증세가 심하다. 몇 해 전 모교인 수창 초등학교를 보러 광주에 내려갔다. 흡족히 둘러보고 그 감회를 수필로 남겼다. 그런데 그 후에도 어떤 갈증이 해결되지 않더니 가물가물 학교 하나가 떠올랐다. 초등 1, 2학년을 보낸 고흥군의 점암 초등학교다. 시골학교는 종종 폐교의 위기를 겪는다 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아직 건재하고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이 학교가 스러지기 전에 봐야 하는데 하며 조바심이 났다. (폐교할 거라는 근거도 없는데)

 초 1 때의 추억은 교실에서 책을 낭독하다 모르는 글자가 나와서 몹시 창피했던 어느 날 (일곱 형제의 중간이라 어머니가 방목하셨다), 6학년 선배들은 모두가 장성한 처녀 모습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등교하던 것, 하교 길에 동그란 무덤이 있는 동산에서 놀았던 기억 등이다

 어렵사리 5월 4일, 빗줄기 속에서 입학 모교 전남 고흥군 점암 초등학교에 가 보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세련된 디자인의 학교 이름이 또리방하게 적혀있고 다른 모습들도 멋졌다.

 정면에는 충무공을 입구에는 유관순 열사를 동상으로 모셨다.  

 넓은 축구장엔 진짜 잔디가 심겨 있고, 등하교를 돕는 스쿨버스가 대형버스 하나 봉고 하나, 두 개씩이나 있다. 이 정도면 서울의 어느 사립학교 수준인데, 여기 까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의 가장 좋은 초등학교라 할지라도 도저히 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었다. 팔영산 자락의 고즈넉한 산들.

 녹음으로 울창한 산들의 품에 안긴 학교의 부요함이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빌딩 숲 배경의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의 빈한함이.

 시골의 허술한 초등학교를 상상하다 뜻밖의 반전을 만나니 얼떨떨했다. 모교를 측은히 여기려 갔는데 오히려 모교로 부터 가엾이 여김을 받은 것 같은. 암튼 모교의 튼실함에 마음이 뿌듯했다.

 교실에서 정겨운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숫자가 많지 않은지 왁자지껄 하기보다는 잔잔하다. 이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나 자신, 나의 아이들 생각을 했다.

 시골학교를 떠나 광주로 가고, 다시 서울로 가고 했지만 무엇을 위해 그리 했을까?

 휴가까지 내고 이곳에 와서 이 산, 바다마을 아이들을 부러움 가득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서울로, 서울로 그렇게 꼭 갈 필요가 있었을까?

 마음이 기쁘면서도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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