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램즈이어 May 13. 2023

옷이 나를 입은 날, 쥐를 잡는, 정체불명 작전 (1)

독후감

I.

나는 미아가 되어 그곳에 닿고 싶었어

어딘가에 닿기 원하면 일단 길을 나서야 한대

헤매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대    

 

사람들은 나를 잃어버렸는데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거든     


내 질문을 미루고만 있었거든

내가 질문을 까먹기를 바라면서

    

바람이 불지 비가 올지 전혀 모르지만

속마음은 빨랫줄에 널고서 떠났어

    

그곳에 가면

괜찮은 어른이 된대

     

가까이 다가가면 뜨거움에 소스라치고

딱딱한 결정체가 아니라

순간 뜻밖의 존재로 변신하는

    

압사당하기 일보 직전에

하얀 안개를 헤치며 왔지  

   

한 방울 레몬즙도 마셔가며

     

방랑은 순탄했어.

지직, 지직… 치지지직…

정체의 정체를 만나기 전 까지는

    

괜찮아

정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   

  

빛과 공깃돌, 지점토 한 덩이에

머무름

누군가의 본모습을 보았으니까   

   

삶에서 잠시 비껴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

미로 찾기도 해 봤으니까    

 

하늘색이 미묘해지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어  

   

비바람을 거칠게 조종하다

그대로 폭우 속으로 사라지자

이대로 비에 씻겨 말끔히 지워져 버린다면  

   

꺽꺽

이건 빗소리지 울음소리가 아니야   

  

너 괜찮은 거지?

세상에 말 붙이기가 무서우면

잠시 심호흡을 고르면 돼    

 

그녀가 내민 손

손을 잡힌 채 하염없이 비를 맞았어

폭우에 휩쓸릴까 두렵지 않았지   

  

아름답고 신비한

물보라 안갯속으로


닻처럼


질문 하나가 내려왔으니까    


“넌 누구니?”        

  

----


위의 시어(詩語) 들은 97% 이상 임태희 소설 『정체』와 <작가의 말> 속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옛 초등학교 가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