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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May 14. 2023

옷이 나를 입은 날, 쥐를 잡는, 정체불명 작전 (3)

독후감  <미션 임파서블 8>

 브런치 마을에 넓은 정원을 가꾸며 스케치도 하는 인기 작가님이 계시다. 그 댁에선 이른 봄부터 갖가지 꽃과 나무 소식이 매일매일 올라온다. 중간중간 견공님과 야옹님들 근황까지. 사진에서도 아름답지만 그림일기에서 식물들은 더욱 찬란하고, 짧은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그 글을 매일 읽다 보면 사람들은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길냥이 삼총사에게 작가님이 너무 공을 들이시는 거다. 자녀 격인 견공님들 보다 더 우대하는 느낌이랄까? 특식에 이어 간식을 먹이질 않나, 비가 오면 화분상자에 재우질 않나, 하는 일 없이 데크에서 잠만 자는 녀석들 보살피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목란이나 수선화 꽃대를 똑똑 부러트리는데도 큰소리 한번 안 내신다니. 어느 구독자의 질문세례까지 받았다. 도대체 관계가 어찌 되십니까? 엄마? 주인? 아님 그 무엇?

    

 그 무엇? 을 알게 되었다. 어제 못다 한 이야기다. 브런치에 먹혀 달나라 본부 헤드쿼터에서 우연히 보게 된 비밀 작전에서.      


 작전명: 쥐를 잡자

 작전 내용: 1. 4학년 6반 최 선생이 무서워하는 사물함 속 쥐를 잡는다. 감쪽같이

               2. 진주홍의 배안에 있는 쥐를 잡는다. 아프지 않게

          3. 주홍이네 집 냉장고 안의 쥐를 잡는다. 냄새 안 나게

 작전 사령관: opera

 요원명: 깜냥이, 삼색이, 콧선생

    

 아! 그제야 깨달았다. 비밀요원들은 보통 때 아주 평범하게 산다는 상식을. 행동 개시 전에는 최대한 빈둥대는 척, 무예가 시시한 척 해야 한다는 것을.     

 기밀 서류 속 삼냥이들 레쥬메는 장난 아니었다.   

 

삼색이: 아빠가 <스파이더 맨> 토비 맥과이어에게 외모와 스파이더 기술 전수받음

콧선생: 할아버지 때부터 영국 MI 6 벙커에서 007 역대 본드들과 함께 사격훈련 받음

깜냥이: 세 요원의 리더. 탐 크루즈에게 에단 헌트 역 물려받을 예정.

          탐 크루즈는 6탄 개봉 후 한국 아줌마들 이야기를 엿듣고 올해 7탄을 마지막으로 은퇴선언 한다고 함

       “탐 크루즈도 이제 예순 다되 가던데. 잘하던?”

       “좀 그래. 이제 액션을 보면 조마조마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러워.”

   

참고: 세 요원들 용맹은 이웃나라까지 소문이 자자해서, 소세키 소설 주인공보다도 하루키의『해변의 카프카』냥이들 보다도 더 인기 많다고 함   

  

 아니나 다를까 opera 작가님 그림일기에서 잠시 삼냥이들이 안 보인다 싶었는데 얼마 후 자연스럽게 글 속에 다시 등장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작전을 무사히 마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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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며칠 아무리 보아도 사령관님 표정이 여전히 진지하고 무슨 미션이 남아 있는 듯했다. 하루 종일 생각에 잠겨 정원에서 여러 꽃들 사이를 오가며…. 무슨 일일까?

 『쥐를 잡자』후반을 읽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예쁘고 고귀한 꽃을 고르는 거였다. 박태기나무, 겹벚꽃, 영산홍 등, 특히 붉은색 꽃 사이를 서성거리셨다.

 마침내 홍목련이 호명되고, 진주홍의 추모식에 보내졌다.   

 우아한 흰색 모유수유 모란은 진주홍 어머니의 조각상 <모녀>가 기증된 수녀원으로 보내졌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이름과 자태 모두 훌륭하기 그지없는, opera 작가님이 가장 공들여 키운 으아리가 뽑혔다. 조심스레 화분에 옮겨심기고 옆에 카드 한 장이 꽂혔다.   

 누구에게 가는 걸까?  

    

 연보라색 꽃잎이 고고하게 하늘거리며 종이에 적힌 글을 낭독했다.  

    

“임태희 작가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웅크려 피 흘렸던 소녀, 기억해 주시고

글로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없고 외로운 그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 주셨습니다.

소녀들의 사랑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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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소설 『쥐를 잡자』를 읽고, 브런치 작가 opera 님의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내용을

소재로 적은 글입니다. 삼냥이들 이름도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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