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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초심
by
국모국경
Dec 4. 2024
사수!
2024년 11월 27일, 오늘은
'
첫눈
'
이 내렸어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첫눈은
한 해의 피날레 같으면서도 동시에 처음이라는
셀렘을 줘요.
눈 내리는 걸
짜증 내
하는 친구들조차 첫눈에 만큼은 인심이 후해서
K 톡을 통해 서울 눈도 보여주고, 수원 눈도 보여주고, 인천 눈도 보여줬어요.
그렇게 '처음'에는 무엇이든 흠뻑 담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어요.
어제는 신임경찰관 채용면접이 있었어요.
경찰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죠.
저는 개별면접을 담당했어요.
개별면접관에게는 면접 시 참고할 수 있는
예시 질문지를 몇 장 줘요.
자유롭게 질문할 수 도 있지만, 수험생들에게 가급적 동일한 질문을 하도록 안내받다 보니 예시 질문지 속 몇 문항을 골라 질문할 때가 많아요.
전 예시 질문지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서 '힘든 경찰 생활을 하면서도 초심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하고 물었어요.
"왜 그걸 물었냐고요?"
면접 온 경찰지망생들은 모두 훌륭하거든요.
봉사정신은 기본이요, 사명감도 투철하고, 청렴성, 공정성, 전문성까지 두루두루 갖춰 어느 것 하나 경찰관으로서 자질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리고 지망생들의 이런 모습이 낯설거나 새삼스러운 자세는 아니에요
아마 모든 면접생들이 그러했을 거예요.
저 역시 훌륭한 모습으로 면접에 임했으니 지금의 경찰이 되었을 거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그 자질이 번지르르한 말로만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세월에 같이 슬금슬금 흘려버렸는지. 지니고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물어봤어요.
다시 찾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다시 찾을까 고민하던 중에 마침 신임경찰관 면접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아직은 초심 가득한 응시생들에게 초심을 간직할 비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요.
그리고 오늘 면접을 끝으로 선발된 후배 경찰들은 저와는 다르게
처음 가졌다 그 초심의 자질을,
좀 더 오랜 시간 지니길 바라서요.
지난주에는 부서원 근평(근무평가)도 있었어요.
요즘 근평시즌이잖아요.
사수가 근평 하던 시절에는 커다란 종이였지만 지금은 시스템으로 해요
'인사평정시스템'이라는 시스템에 들어가면 근무 평정 대상자가 뜨고 대상자들이 작성해 놓은 '자기 역량기술서'를 참고해 평가를 해요.
자기 역량기술서는 참고용이라 작성이 강제되어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작성하는 부서원도 있고,
시간 낭비라고~ '누가 그걸 읽어 보고 평가하겠냐'
며 작성하지 않는 부서원도 있어요.
하지만 전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고, 또 평가할 때 반영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해요.
"의무 작성도 아닌 자기 역량기술서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냐고요?"
태도라 생각하거든요. 사소하다 생각되는 것조차 정성을 들이는 태도!
그리고 한 해 동안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 한 번쯤은 정리가 필요한 거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라고 '냉정한(?) 겨울'이 수확을 끝낸 '가을'과 다시 새롭게 시작할 '봄' 사이 있는 거잖아요.
A는 작성했어요.
평소에도 보고서를 아주 잘 쓰는 동료예요. 역시나 잘 작성되어 있었고 전 매우 흐뭇했어요. 24년 한 해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일로서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목적에 맞게, 용도에 알맞춘 기술서를 언제나처럼 군더더기 없이 작성되어 있었어요.
B도 작성했어요.
이 동료의 보고서는 좀 특별해요. 검은 비닐봉지에 금덩이를 넣어 놓은 느낌이랄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네요. ^^
언뜻 보아서는 잘 모르는데 찬찬히 보면 분석에 감탄을 자아내고, 대책 또한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어요. 무엇보다도 정직해요. 그래서 전 검정 비닐봉지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덩이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자기 역량기술서도 다르지 않았어요.
이 글에 자세히 다 옮겨 놓을 순 없고 기재된 마지막
부분을 축약해
말하면
23년에는 다양한 생각을 했으나 추진을 하지 못했다.
24년에는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들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자 계획하고 추진했으나 완결성에 미흡하였다.
그럼에도 25년에는 원팀이 되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추진하고 함께 행동해서 완결할 수 있도록 다짐해 본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에요.
사수! 제가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찾은 것 같지 않아요.
바로 이 'B'의
기술서에서요.
정리하고 되돌아봄에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 정직함.
그러면서 함께가 들어 있는 마음.
저두 25년
자기 역량기술서에는 이렇게 정직과 성실을
담고 싶어요.
그러려면 오늘을 잘 살아야겠죠 ^^
사수!
예전에는 사수에게 배웠는데...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하나씩 옮겨가듯
배움의 스승도
선배에서 후배로 하나씩 옮겨가네요.
그렇더라도 사수
,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진 말아요
저의 이런 자세도 그 근본은
사수로부터니까.
사수! 오늘도
날이 차요. 경찰은 건강이 '의무'라는 거
항상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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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모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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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경찰
국가대표급 엄마! 국가대표급 경찰!을 꿈꾸며 스스로에게 '국모국경'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나의 꿈에, 나의 별칭에, 남이야 의심하건 비웃건, 그것은 오로지 내 것이니.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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