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과 엔트로피 법칙

by 국모국경

9시 30분에 시작한 회의가 11시 20분 되어서야 끝이 났다.

요즘 들어 자주 나이를 생색낸다.

'50이 되니~ 50이 되니~'를 앞세워

뭔가 좀 부족해도 '그러려니' 하고 알아서 이해해 주길 바라게 된다.

조금만 지쳐도 나이로 인한 체력 탓으로 정당화시킨다.


정신과 신체를 보존(?)시키는 데는 침묵이 최고라

'아무 말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다.

묻는 질문에 답도 해야 했고, 나의 의견도 강력히 피력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듣기와 말하기'가 섞인 시간을 얼추 두 시간 보내고 나니 배고픔보단 더 심한 정신적 허기가 들었다.

말을 많이 하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허다.

내 주장 따위는 하지 말걸. 결국 아무것도 달라질 것 없는 부질없는 말에 후회하게 된다.


정신의 허기부터 채워야 할 것 같아 점심시간 밥 대신 도서관 4층 카페로 와, 카푸치노 한 잔과 책을 폈다.


하필 엔트로피 법칙이 나온다.

예방.

또다시 무질서

그럼에도 또 예방

나는 부질없는 짓을 반복하는 걸까?

잠시 잠깐은 이런 생각도 해 보지만...


왠지 열정을 헛되이 소모하는 어리석은 자로,

계속 살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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