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테니스장과 서재

by 소설가 서기주


<첫눈, 테니스장과 서재>


첫눈부터 폭설이 되어 경보가 내려졌다.

어제는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희끗희끗한 눈발이 함께 흩날렸다. 첫눈은 소리 없이, 순식간에 온 동네를 뒤덮었다. 폭설은 테니스장 인조잔디를 하얗게 덮어 눈밭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농부들이 밭일을 하듯이, 때를 놓치지 않고 다 함께 땀을 흘렸다.


지금은 겨울의 시작과 가을의 끝이 겹치는 경계다. 동네 무악공원에서는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과 벚나무 잎 위로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포개져 잔치를 벌이고, 그 떡 시루에 밀가루처럼 하얀 눈발이 넉넉하게 내려앉았다.


눈발처럼 흰 털을 가진 무악공원의 들고양이는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겨울 추위에 몹시 시달렸을 텐데도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단지 사람들만 먹을 것과 추위를 미리 떠올린다.


사람들은 말한다. 평화는 들고양이나 산비둘기처럼 걱정하지 않을 때 오는 것이라고, 단지 믿음이 부족해서 그것을 누리지 못한다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눈 내리는 날, 테니스장에서 느끼는 세계와 서재에서 느끼는 세계는 서로 다르다. 한쪽에서는 클럽 회원으로 함께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있다.


눈이 내렸을 때 걱정부터 하면 기성세대이고, 좋아하면 아직 기성세대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아직도 철이 없는 것인지, 하여간 세상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우리는 다양한 세계정신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