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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Jan 25. 2023

이렇게 계속 아프면 곤란합니다만.

허리, 무릎, 손목까지 다쳐도 웃어 봅니다.

가벼운 콧물감기 증상이었다. 열도 없었고 코만 막혔다. 다만, 약간의 싸한 몸살기운이 있고 기운이 없는 것뿐이었다.

 병원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은 증상을 가만히 듣더니 내가 잠시 딴 곳을 보는 사이 이미 코로나 키트를 뜯어 면봉을 내 코 가까이에 대고 계셨다. '음성'일 때는 길게 느껴지던 대기 시간이, '양성'일 때는 지루할 틈 없이 신속하게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라는 적군에 대비해 쌓아 놓은 철옹성은 결국 무너져 내렸다. '코로나'에 처음 걸린 것이다.


다들 아파 죽는다고들 하더니 웬걸? 약해 빠진 코로나 증상에 신이 났다. 일반 감기에 걸릴 때보다 증상이 경미하니, 이름 모를 우쭐함도 들었다. 평소보다 오히려 컨디션도 좋았다.

그렇지만 코로나는 코로나였다. 내가 우쭐대던 사이 내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 침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질병이었던 '무릎'이 점점 아파오더니 이젠 가만히 서서 요리를 하는 것조차도 괴로워지는 게 아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허리'까지 아파왔다.

격리해제가 되자마자 여이 땡, 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이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그간의 사정과 증상을 털어놓았다.

"코로나란 바이러스는 몸 안의 염증 반응을 증가시켜 환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근골격계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기침, 인후통, 두통과 같은 것들이 오는 대신에 원래 앓아오던 무릎과 허리의 질환이 심해진 것이었다.

한동안 병원에 다니며 열심히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병행하고 있던 중, 아이들을 위해 무생채를 해주려 무를 한 통 썰어 낸 후 손목도 또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아주 난리 부르스다.

내일은 손목 때문에 병원에 방문해야 되겠다.


무릎과 허리가 아파 찾아갔던 의사 선생님께 이번엔 손목이 아프다고 해야겠지?


허리가 아플 땐 허리의 고마움을, 더해서 무릎까지 아프니 무릎과 허리의 고마움을, 더해서 손목까지 아프니 허리와 무릎과 손목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끼는 날들을 겪어내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세상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당연한 건 없다는 진리에 한 걸음 더 내딛는다.

그래서 오늘도 호탕하게 웃어버리기로 했다.


이 상태에서 하나씩 아픈 부분이 더 추가되면 곤란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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