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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Oct 21. 2022

브런치, 난 니가 부담스러워졌어.

계속 널, 좋아해도 될까?

브런치에 글 쓰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마음속에 끈끈한 것들이 너무 많이 붙어 있어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떼어내고 싶은 마음에 매일 글쓰기로 다짐했었는데 말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난생처음 글에 하트 뿅뿅도 받아보았다. 어떤 글은 다음 포털 메인에도 올라가기도 했다. 뛸뜻이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 핸드폰을 붙들고 수시로 통계를 확인하고 라이킷 개수에 환호하고 ‘00님이 님의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란 알림에는 뿌듯하고 짜릿하고, 벅찬 감동을 느끼기까지 했..(감동을 아주 자주, 찡~~ 하게 받는 편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몇 번의 퇴고를 하고 고심 끝에 올린 글에 대한 반응이 시원찮으면 그새 의기소침해져서 시무룩해지곤 했다. 그동안 소식을 올리면 즉각 즉각 반응이 오는 SNS 시스템이 부담스러워 페이스북이든, 인스타든 하고 있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글을 올리면 바로 반응이 오는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어느새 ‘부담’으로 다가온 걸 알게 되었다. 무언가에 얽매이는 게 싫어서 전화기도 잘 신경 쓰지 않던 내가, 집에서 입는 바지 주머니 속에 전화기를 집어넣고 그것에 촉각을 곤두 새운 채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자기 전에도, 자다 깨서도 브런치 앱을 열어보고 다음에 쓸 글의 제목을 생각하고 있고 이쯤이면 '브런치 중독 중증'이었다. 몇 년 전에는 '빵 만들기'에 미쳐 매주 주말 빵을 구워대는 나를 위해 남편이 값비싼 반죽기까지 선물했지만 반년이나 지났을까? 반죽기는 주방 구석 싱크대 하부장에 놓여 아직까지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흥미가 생기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얼마 간만 미치도록 몰두'하는 타입인걸 알기에, 이러다가 또 금방 나가떨어질까 봐 내심 조바심이 났다.

글쓰기에 집중을 할 수 없어 다른 작가님들의 브런치 글방에 가서 글을 읽다가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서 입이 떠~억 벌어졌다. 애 낳기 전엔 아기를 낳은 아기 엄마만 봐도 대단해 보이고, 애 하나 낳아보니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존경스러워 보인다고 했던가?

오랫동안 글을 꾸준히 쓰고 그런 작가님들의 글에 꾸준히 하트를 눌러주는 구독자들까지... 대단해 보였다.

회사생활을 한 번도 3년 이상 해보지 못하고 휴직을 반복했던 사람에겐  ‘꾸준함’이라는 것이 그 어떤 반짝반짝 거리는 상장보다 묵직하고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반짝거리는 즐거운 경험을 선물해주고 외롭고 답답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브런치씨, 나 꾸준히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부담스럽지만 내 마음을 너에게만 털어놓을게. 자꾸 안으로만 숨지 않을게. 부끄럽지만 내 마음속 끈적거림을 촉촉함으로 바꿔줄 수 있는 마법을 가진 너를 다시 좋아해기로 했어~

이상, 브런치에 대한 '수줍은 고백'을 뒤로하고,


아직 자신 없는 그 ‘꾸준함’이라는 거,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어디서 해볼 거냐고요?


“여기, ‘브런치’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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