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밤새 기침을 했다. 가래 섞인 기침소리와 끓어오르는 가래를 모아 뱉어내는 그르렁 소리가 온 집안을 메웠다. 심장장애 1급에 호흡기 장애 2급인 엄마가 저러다 죽을까 무서워 24살 씩이나 된 나는 침대 위에서 자궁 속의 태아처럼 웅크리고 숨죽여 흐느끼고 있었다.
밤새, 엄마가 병들고 죽는 걸 지켜보자니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느님, 제발 저를 데려가세요, 차라리 제 심장을 망가뜨려 주세요!"
내 '심장'과 '폐'를 고장 나게 해달라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중얼거렸다.
병원을 가자해도 '괜찮다'며 고집을 피우는 엄마와, 그 옆에서 잠을 주무시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게 드러누워 계시는 아버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24살이지만, 직업도 없고 돈도 없고 차도 없는 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밤새 내 가슴을 쥐어뜯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엄마가 죽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뿐이었다.
일주일 후, 엄마는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의사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멀리서 덩치가 큰 의사 선생님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성큼성큼 우리를 바라보며 걸어왔다.
"이 환자, 언제부터 이랬어요? 당신들 미쳤어요? 이 지경이 되도록 지켜만 보고 있으면 어떡해요?"
그 거친 말을 들으며 느껴지는 수치스러움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 환자 지금 사망확률이 80%입니다. 당장 중환자실로 옮기세요."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엄마는 그렇게, 중환자실로 실려갔다.
엄마를 죽게 방치한 사람이 바로 '우리'라는 말에, 엄마가 돌아가실 확률이 80%라는 말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병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병원 중앙 현관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땅을 치며 울부짖었다.
병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는 곧 의식을 잃고, 기계에 온전히 호흡을 의지했다.
다음 날, 면회를 가서 누워서 자는 듯한 엄마를 아무리 불러봐도 눈을 뜨지 않았다.
"곧, 장례를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간절한 기도' 뿐이었다.
성당 새벽 미사에 매일 참석해 간절히 기도하고 집에 와서 또다시 기도를 하며 울부짖었다.
이대로 절대 엄마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보름 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엄마는 의식을 차리고 호흡기를 뗐다.
연기처럼 사라졌던 엄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 곁에 다시 돌아왔다.
그 후 엄마는 딱 10년 더 내 곁에 머물다, 떠났다.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신랑이 요새 '기침'을 한다.
기침이 한 달 넘게 계속된다. 병원을 다녀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남편의 아픈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되뇌는 나를 발견한다.
지나칠 정도로 이 상황에 압도당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느새 나는 사랑하는 가족이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만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남편과 함께 당장이라도 오늘 큰 병원에 가서 샅샅이 검사해보면 시원할 것 같은데 남편은 이런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현재 치료해주는 의사 선생님과 차근차근 의논하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자신을 더 이상 재촉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며 나를 설득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나'를 다독여야 했다.
"알았다."라고 말했지만, 그날 밤, 꺼지는 땅 위를 자전거로 위태롭게 달리는 악몽에 시달렸다.
내 걱정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대로 조절이 안된다.
그렇다면 내 마음속 불안의 덩치를 계속 키우는 것보다 그것과 마주하고 잘 타이른 뒤, 떠나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과거의 나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었다.
"많이 두렵고 무서웠었지? 다 네 잘못 같고 네 탓인 것 같았을 거야, 그렇지만 넌 그때 엄마가 병원을 가자고 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게 최선이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 너는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게 아니라 병원을 다니며 차근차근히 치료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남편을 기다려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이제 그만 울지 말고 너를 아프게 했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렴."
그제야 울고 있던 '과거의 나'는 '어른이 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도감을 얻고 발그레하게 생기를 얻은 과거의 나를 떠나보내자,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