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에서 다큐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자기 전에 30분정도 다큐를 보면 아주 빠르게 딥슬립에 돌입할수 있다
해브 어 굿 트립: 기묘한 모험은 마약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무작정 '마약은 위험하니 절대 하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기존의 지루한 공익 광고와는 다르다.
우선 반가운 유명인들이 등장한다는 것부터 차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이었던 '벤 스틸러','굿플레이스'에서 악마역을 맡았던 '아담스콧'
그 외에도 나는 몰랐지만 '스팅'.'캐리피셔'등등이 등장한다.
또한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은 아주아주 병맛이다.ㅋㅋㅋ
유명인들은 실제 자신의 마약 경험을 묘사하는데 그 장면들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다.
애니메이션의 색감은 휘황찬란하고 장면들은 기괴하다.
눈이 뒤집히고 신체가 비틀리며 공간이 우주로 변하고 바닥의 무늬가 뱀으로 변하고
반고흐의 그림이 살아움직이는 등 계속해서 우리의 시각을 자극한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들이다.
출연진들은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약으로 얻을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 (good trip)을 옹호한다.
좋은 경험이란 대게 이런 종류의 것이었다.
자연이 말을 하고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보면서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것은 같은 물질로 이루어졌고 모두 연결되었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바다에서 해초를 뒤집어쓰고 뛰어놀다 자연과 하나됨을 느꼈다던지
반고흐 박물관에 가서 반고흐의 움직이는 그림 속에 들어가 그의 천재성을 깨달았다거나
가톨릭 신자가 마약을 경험하고 자신의 삶을 옥죄던 완벽주의와 죄책감을 벗어났다라는
이야기들이다.
마약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할 수 있게 하고 인생의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하며
예술가들에게는영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자유를 느끼고 뒤틀리는 세상을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리라.
출연진 중 누군가는 인간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봐야 할 소중한 경험이라 덧붙인다.
여기까지가 마약의 good trip 이다. good이 있다면 bad또한 존재한다.
우울, 중독, 좌절, 암흑,통제불능, 무력감...
세상에 사람이 1000명이 있다면 good trip을 경험하는 사람은 5명도 되지 않을것이다.
나머지는 전부 bad trip을 경험하겠지
이게 아마 대부분의 나라가 마약을 불법으로 취하는 이유일 것이다.
출연진들은 good trip을 하기 위한 조건을 알려준다.
1. 정말로 믿을수 있는 친구와 꼭 함께할것
2. 조금이라도 정신 이상이 있다면 절대 하지 말것
3. 밀폐된 공간에서 할것
4.절대 운전대를 잡지 말것
5. 절대 거울을 보지 말것
6. 약에 취했다는 자각을 하지 말것
7.자의로만 섭취할것
등등등
이 조건들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성립된다 할지라도 good trip이 가능하다고는 단정짓지 못한다.
이 다큐는 치료제로써의 마약 연구의 필요성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끝나지만
마약을 온전히 옹호하고 다큐는 아니다. 마약의 올바른 쓰임을 강조하고 있는것 같다.
마무리 소감
마약을 할래 말래 라는 선택지가 내게 주어진다면 여전히 답은 "no"이다.
하지만 이 다큐를 보면서 혹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마약은 무거운 주제로 여겨지거나 무조건적인 악으로 간주되어 쉽게 다뤄지지 않는다.
마약은 깊게 패인 동공과 두꺼운 다크써클, 삶을 포기한듯한 시선과 손짓,
희망 없는 인간으로 묘사 되어왔다.
하지만 이 다큐를 보면서 마약에 대한 관점을 달리 할수 있게 되었다.
마약이 좋다 나쁘다 라는 흑백이론에서 벗어나 치료제로써의 마약과
중요한것은 인간 개개인의 의지이며 통제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의 성교육과 금연교육의 방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마약 교육도 이처럼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다큐였다.
아무튼간에, 그래도 마약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은 여전히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