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트립 Nov 19. 2021

실크로드의 첫 발, 시안 성벽을 오르다

시안의 미래, 장안에서 / 시안

시안(西安) 성벽에 올랐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시야도 촉촉하고 사진도 촉촉하다.

     

‘장안의 화제’란 말처럼 일반명사로 변해버린 ‘장안’이란 단어의 원조는 장안(长安)이란 도시, 즉 지금의 시안(西安)이다. 당나라 수도였던 시안은 "오래도록 창대하라"는 뜻을 담아 장안(长安)으로 불렸다고 한다. 오늘날의 시안이 창대했던 옛 장안을 꿈꾸는 걸 빗대어 「유라시아견문」에서 저자 이병한씨는 장안이 시안의 미래라고 했다. 

     

시안의 위치가 범상치 않네. 중원의 중심이요 대륙의 심장이다.

당시 세계 최대의 국제 도시인 시안의 화려하고 창성했던 옛 시절을 떠 올리기에 시안 성벽만한 곳이 없다. 성벽에 오르면 한눈에 시안 시내를 다 담을 수 있고 한 품에 시안의 공기를 다 안을 수 있다.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서서 그곳의 공기를 천천히 들이는 행위는 여행지에서 낯선 도시와 빠르게 친해지기 위해 내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성벽에 오르니 사방으로 대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과연 옛 계획 수도다운 면모이다. 정확히 네 방향으로 난 성문도 옛 도시의 위엄을 지키고 있었다. 성벽에서 내려다본 시안은 옛 도시를 현재로 살아가는 자동차와 시안 사람들이 뒤섞여 옛 고도에 현대 도시를 겹쳐놓은 듯했다.

       

성벽 위에서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빌려 탄다. ⓒ위트립


성벽은 당나라 때 처음 쌓고 명나라 때 재건축한 것으로서 세계 가장 긴 성벽이라고 한다. 성벽은 높이 12m, 둘레 14km라고 하니 요즘 건물로 치면 3층 높이에, 걸어서 4시간, 자전거로 2시간 걸려 한 바퀴 돌 수 있는 거리이다. 성벽 위 길은 사진만 본다면 무슨 자동차가 다니는 대로인 줄 착각할 정도로 넓었다. 관광지의 등급은 입장료에도 반영된다. 54위안. 성벽 위에 오르는데 한국돈 1만 원이라니~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시안 시내, 옛 장안의 흔적 찾기를 하면 재미있다. ⓒ위트립


시안에 와서 시안 성벽을 오르지 않으면 시안에 왔다고 할 수 없다. 

만리장성에 올라 마오쩌뚱이 했다는 말에 2절을 내맘대로 붙여보았다.

不到长城非好汉。(부따오창청 페이하오한,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
不到城墙非好客。(부따오창치앙 페이하오커, 성벽에 오르지 않으면 여행자가 아니다.)

     

종루에서 본 고루. 고대 대도시답게 종루도 고루도 크기도 하거니와 고색창연하다. ⓒ위트립


이곳 시안은 이야기 부자 도시이다. 당나라 태종과 양귀비의 로맨스를 담은 화청지가 있고 진나라의 진시황제 이야기는 병마용갱과 진시황 무덤을 둘러싸고 시리즈로 엮여 나온다. 또 중국 현대사에서 중국 혁명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낸 시안사변의 실마리들도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시안을 실크로드 대장정의 첫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훌륭한 선택이다. 이름도 낭만적인 비단길, 실크로드는 고대 동서양 교역로를 일컫는 말로서 당시 세계 최대의 고대 도시였던 시안과 로마를 연결하는 길이다. 주된 교역품이 중국의 비단인 것에 착안해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 호펜(Richthofen)이 처음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로망의 여행길이 바로 실크로드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여름휴가철이 지나 실크로드를 다녀왔다고 하니 주변에서 “어떻게? 실크로드는 낙타 타고 사막을 건너 가나?”라고 물어왔다.

    

막연히 TV 다큐에서나 봤던 실크로드를 개별여행으로 가려니 공부가 필요했다. 넓은 의미의 실크로드는 초원길, 사막길, 바닷길을 다 포괄하는데 대개 실크로드는 좁은 의미로 중국 내륙을 관통하는 사막길을 일컫는다. 내륙 사막길은 또 천산산맥을 경계로 천산북로와 천산남로로 나뉘고, 천산남로는 다시 서역북로와 서역남로로 갈라진다.

     

실크로드 3대간선 5대지선의 개념도([지도 출처] http://krnoh.blog.me/100053559449)


내륙 사막길 실크로드는 다시 3개의 길로 나뉜다.


나는 가장 대중적인 실크로드 루트인 천산북로를 택했다. 시안에서 출발해 하서회랑(무위-장액-주천-돈황)과 천산북로를 따라 트루판, 우루무치의 오아시스 도시까지 연결되는, 일명 ‘오아시스 길’이다. 예전에는 진짜 낙타로만 갔겠지만 시안에서 출발해 버스와 고속 기차를 동원해도 주변을 둘러보며 가려니 20일은 족히 걸렸다.

    

시안공항 IN - 시안(서안)4박 - 톈수이(천수)1박 - 란저우(난주)2박 - 샤허(하하)2박 - 통런(동인)1박 - [시닝(서녕)] - 장예(장액)1박 - 기차1박 - 둔황(돈황)2박 - [리우위엔(유원)] - 샨샨(선선)1박 - 투르판(토로번)2박 - 우루무치(오노목제)2박 – 우루무치공항 OUT     
실크로드 20일 여행 루트(2016년 여름)


실크로드의 출발 도시 시안 성벽에 서서 멀고 고된 교역길에 나섰던 옛 상인들의 첫 발의 기운을 들이마신다. 실크로드 대장정을 향해 동행자 남편과 함께 우리만의 출정식을 치른다. 우리 초보 여행자 둘의 비장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딜 가도 유쾌한 중국인들은 비 오는 성벽에서 "떼 점핑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성벽에 올라 성벽을 뛰어오르는 중국 친구들. 어딜 가도 유쾌해, 너~무 유쾌해... ⓒ위트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