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엔 유난히 몽돌해변이 많다. 몽돌해변의 정의가 궁금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짐작한 대로, '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몽돌이라고 한단다. 해변이라고 하면 모래해변(사빈)을 떠올릴 만큼 해수욕장은 모래해변이 주를 이룬다. 거제에는 어떤 이유에서 몽돌해변이 많을까?
구조라항 옆 수정산 자락의 작은 해변은 '자갈해변'이라고 이름 붙여놓았다. 그렇다면 몽돌과 자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원마도가 높은, 쉽게 말해 둥근 자갈을 몽돌이라고 한다. 돌은 다음과 같이 부서지는 과정, 즉 풍화를 겪는다. '바윗돌->돌덩이->자갈돌->모래알' 모래알이 되기 전의 불규칙한 작은 돌멩이를 자갈돌이라고 한다면 이 자갈돌보다 더 마모되어 둥근 것을 몽돌이라고 한다.
거제의 몽돌해변 다 모여라
거제의 몽돌해변을 차례로 만나러 가보자. 북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몽돌해변을 찾아 나선다면 7개를 차례로 만날 것이다. 농소몰돌해변, 두모몽돌해변, 망치몽돌해변,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신선대몽돌해변, 함목몽돌해변, 여차몽돌해변.(*신선대 옆 작은 몽돌해변을 내 맘대로 별도로 명명함.)
거제도의 몽돌해변(원지도 출처 : Daum.net)
규모면에서는 농소몽돌이 2km에 달해 가장 크다고 하나 누가 뭐래도 거제의 대표 몽돌 바닷가는 까무잡잡한 몽돌이 넓게 깔린 학동흑진주해변이다. 그 외 신선대와 함목, 여차는 작고 귀여운 해변인 데다가 주변 유명 관광지에 가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 덕분에 섬 하나 통째로 산 거부(巨富)처럼 해변 하나를 온전히 사적으로 소유한 사람 코스프레가 가능하다.
거제 해변의 몽돌은 어디에서 왔을까?
해변의 몽돌은 당연히 주변 지형으로부터 왔다. 거제와 주변 도서 지역은 마그마가 지표 부근에서 식어 굳은 안산암이 기반암을 이루고 안산암 지형 특성상 산 사면이 급하고 해안이 좁게 형성된다. 안산암은 기후나 환경 요인에 의한 풍화 저항력이 강한 암석이다. 그러므로 안산암류의 산지에서 외해 쪽으로 공급되는 재료 돌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이 돌들도 파랑의 앞뒤 움직임에 의해 모래 단계로까지 부서지지 못하고 모서리만 깎여 둥근 몽돌이 된다.
여차몽돌해변
함목몽돌해변
한마디로 거제 해변은 구성하는 재료 돌이 단단해서 잘 부서지지 않고 파도에 둥글게 다듬어져 몽돌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요철 많고 수심 얕은 리아스식 해안 특성상 파도의 힘이 약하고 밀물과 썰물의 영향까지 더해져 동해와 같은 파워 있는 파도가 덜 치는 것도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망이 좋은 여차몽돌해변
몽돌해변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몽돌은 이름만큼이나 돌도 예쁘다. 그냥 둥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글납작한 특성을 갖는다. 수평 방향으로 주로 파도를 맞다 보니 몽돌은 모든방향으로 둥근 구가 아니라 둥글면서 납작한 모양이 된다. 납작타원체에 가깝다.
밀려왔던 파도가 몽돌을 쓸며 빠져나갈 때 몽돌이 구르는 소리는 한국의 자연의 소리 100선에 뽑힌 상 받은 소리다. 몽돌 소리에 멍 때려보자. 몽돌해변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낮의 몽돌 위에 드러누우면 몽돌 찜질이요, 맨발로 몽돌밭을 걸으면 몽돌 지압이다. 가장 현실적인 매력은 해변에서 실컷 놀고 나서도 내 집 안방까지 모래를 데리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미스 몽돌은 누구?
함목몽돌해변
동해나 서해에서 보기 드문 몽돌해변이 남해에 유난히 많고 그중에서도 거제에 압도적으로 많다. 몽돌해변은 세계적 유명 해변인 필리핀 보라카이나영화 컨택트를 찍었다는 플로리다 펜사콜라의 화이트비치에 뒤지지 않는 이색 해변이다. 비행기 타고 멀리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소담한, 이름만큼이나 예쁜 몽돌해변이 거제에 쫙 깔렸다. 올여름은 모래 뒤끝 없는 몽돌해수욕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