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부터 성실히
8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는 고등학교까지 미술 수업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수업이 많았고 크레파스, 색연필, 파스텔, 수채화 등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렸다. 잘 그리던 못 그리던 수업 덕분에 누구나 그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인데 학교 수업으로 접하게 되면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흥미가 떨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실기 평가를 통해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가 학교 생활에 영향을 끼치니 마냥 즐거울 수많은 없었겠지. 공부를 잘해도 그림은 못 그리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그림을 잘 그려도 공부를 잘 못하는 친구도 있었을 텐데 실기점수로 성적을 올리기보다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 단기간의 노력이 통하지 않은 실기시험을 칠 때마다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다시 한번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이 덕분이었다. 아이가 펜을 들고 종이에 이것저것 갈기다가 동그라미 비슷한 걸 그리고 사람형태 비스므리하게 그린 걸 보고 장차 화가가 되려나 보다 감탄하다가 벽, 소파, 바닥, 침대 등 닥치는 대로 낙서를 하여 온 집안이 도화지가 되어버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아이가 혼자 낙서하는 게 심심했던지 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아이의 색연필을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려니 왜 그리 어색하고 서툰지. 참으로 오랫동안 그럴 일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렸을 땐 즐겁게 그림을 그렸을 텐데, 그리고 싶은 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누구에게도 평가받지 않고 자유롭게 그렸을 텐데... 한때 그런 열정이 있었음을 잠시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 열정의 불씨가 남아있었는지 그 사이 우연히 그림을 그릴 기회가 있어 잠깐씩 그리다 말다 반복하긴 했었다. 지금 또 맘속에서 뭔가가 스멀스멀 올라와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익숙지 않은 뭔가를 또 시작하려고 하니 자신이 없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의 기본은 다 똑같다는 맘가짐으로 하나하나 공부하며 천천히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알아본 그림의 기본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그림 그리는데도 근육이 필요하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막상 하려 들면 생각대로 되지 않은데 근육이 없어서 그렇단다. 손바닥 안에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근육들이 있어서 이 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 젓가락질도 처음 할 때는 안되지만 자꾸 쓰면서 관련 근육들이 발달하여 젓가락질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처럼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근육을 길러야 한다.
2. 자세가 중요하다.
펜을 잡는 손가락 모양, 팔의 위치, 의자에 앉은 자세 등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기본자세를 잘 잡아야 편하게 오래 그릴 수 있다. 펜은 끝부분이 손에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빼고 펜 끝을 잘 볼 수 있도록 시야 확보를 하고 손날을 종이에 붙인 후 너무 힘을 주기 말고 편하게 잡고 그리는 게 좋다.
3. 기본 스케치를 익혀야 한다.
가로, 세로 선긋기부터 시작해서 사선 긋기, 물결 긋기, 동그라미 그리기, 사각형 그리기, 박스 그리기 등 매일 기본기를 단련시켜야 실제 그림 그릴 때 편하고 자신 있게 그릴 수 있다. 수십 년 그림을 그린 전문가들도 기본 스케치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4.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짜잔~하고 잘 그리게 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잘 그리려 하지 말고 낙서하듯이 시간 날 때마다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잘 그리게 될 것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한데 매일 3시간씩 하면 10년이 걸리고 10시간을 하면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보낸 시간이 이 정도인데 나 같은 사람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할 테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안된다고 좌절하지 말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한 발 한 발 나아가보자.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