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포장지에서의 깨달음

한강에서 행복한 하루

by 유이

우리 딸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인 '한강에서 라면 먹기'를 하러 반포 한강둔치를 찾았다. 여름 방학 2달 정도 한국에 있으니 언제든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미루고 미루다 출국 이틀 전 겨우 날을 잡았다. 편의점에 들러 라면과 계란, 음료를 사서 한강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름 끝자락에 시원한 맥주도 한잔 곁들이고 싶었지만 딸과 함께 있으니 참기로 했다. 쩝~~


라면을 한 젓가락 후루룩 먹고 난 뒤 두 알 계란을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먹으려는데 포장지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떡볶이 소스를 품은 구운 계란'. 엥? 계란에 떡볶이 소스가 들어 있다고? 우리 딸은 매운 거 못 먹는데...

"에이, 감동란 살걸. 좀 자세히 봤어야 하는데..."

깜짝 놀란 딸이 후회를 하며 투덜거린다.

"일단 엄마가 한번 먹어보고 얼마나 매운지 알려줄게"

하고 조심스레 한입 베어 먹었다. 소스가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없는데?"

"노른자에 들어있겠지"

"노른자에? 어떻게 소스를 넣을 수 있어?"

"주사기로 주입하지 않았을까?"

굳이 주사기로 떡볶이 소스를 깊숙이 노른자 안에 넣었을까 의심을 하며 조심조심 다시 노른자를 베어 문다.

"없는데?"

"그래? 그럼 어디 있다는 거야?"

소금이 아닌 떡볶이 소스

거의 반 이상을 먹었는데도 안 나와서, 계란 노른자 깊숙한 곳에 아주 조금 들어 있나 보다 하고 혹시나 계란이 들어있던 플라스틱 포장을 다시 살펴보니 '떡볶이소스'라고 적힌 노란 비닐이 따로 들어 있었다.

"어라? 소스가 따로 있었어?"

"뭐야, 괜히 졸았잖아~~~"

순간 둘 다 동시에 빵 터졌다. 의례히 소금이겠거니 하고 내용물은 자세히 보지도 않고, 소스를 품었다고 하니 계란에 주입되어 있다고 단정지은 것이다. 소스가 나올까 봐 한입 한입 얼마나 조심스럽게 베어 물었는지 그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우스웠다. 물론 조금은 헤갈릴 수도 있게 하는 문구였지만 둘 다 아무런 의심 없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에 사전 지식과 고정관념에 의해 얼마나 많은 판단과 행동을 하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아는 경험, 지식 내에서 많은 걸 판단을 해버리고 다른 가능성이나 환경은 살펴보지도 않고 단정 지어 버려 더 고집스러워지고 다른 것들을 수용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사물의 본질과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선입견을 버리려고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여름, 시원한 한강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랑하는 딸과 함께 즐겁게 웃은 행복한 하루였다.

KakaoTalk_20220923_103544400.jpg 해질 무렵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