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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8.4 자연스러운 편견

 우리는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수많은 편견들을 가지게 된다. 이 편견들은 사람들마다 다르며, 이 편견들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다. 어찌 보면 편견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우리가 편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고, 상대의 편견을 존중해 준다면 서로의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 또한 새롭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편견은 삶의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경험이 다르듯,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편견 또한 다르다. 편견은 사전적인 의미로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한다. 우리 모두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있어야 생각을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 순간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의 생각은 복잡해져서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편견이라고 하는 것은 삶의 경험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색안경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색안경을 끼고 학교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발령을 받은 학교는 전라남도에 위치한 섬마을 학교였다. 나는 섬마을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섬마을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들에게 많은 사랑과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경험이 나에게 섬마을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색안경을 끼게 해 주었다. 섬마을 학교에 가면 동료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주민들과 함께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순박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초임 교사인 나에게는 배움과 성장이 없는 곳이었다. 섬마을 학교에는 지역 주민과 교사에게 갑질하는 관리자, 승진 점수를 받기 위해서 온 교사, 학생에게 무관심한 학부모, 친구들 간의 오랜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학생, 배움과 성장보다는 편안함에 익숙해지는 나 자신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졌던 섬마을에 대한 색안경이 섬마을 학교에 1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다른 색깔의 색안경을 끼게 되었다.

 

  나는 색안경을 끼고 학생을 바라보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학교 생활규정을 잘 지키고, 친구들을 배려하고,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고, 부모님과의 사이도 좋고, 계획을 세워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것이라고 많은 교사들은 추측한다.  그러나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이기적이고, 경쟁적이며, 수동적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러한 나의 색안경은 고등학교 때의 경험으로 만들어졌다. 그 당시에 내가 만났던 공부 잘하는 친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만 골라서 들었으며, 자신이 필기한 노트는 절대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며, 부모님께서 작성한 시간표에 맞춰 살고, 오직 전교 1등을 위해 달리는 경주마 같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사가 되어서 바라본 공부 잘하는 학생은 조금 달랐다. 많은 성공경험으로 인해 자신감과 자아 존중감이 높았으며, 타인과의 경쟁에서 패하더라도 패배를 인정하고 그다음 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고민하고 그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 경험으로 인해 공부 잘하는 학생에 대한 나의 색안경은 바뀌게 되었다.

 

  일상 속에서 어떤 상황, 사물, 사람 등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편견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자신의 편견에 어떤 상황, 사물, 사람 등을 끼워 맞추기보단 자신의 색안경으로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았으면 한다. ‘이 학생은 이럴 것이다’라는 편견을 갖게 되면 그 편견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들을 찾고 단정해 버린다. ‘이 학생은 이럴 수도 있지만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바라본다면 새로운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호기심을 갖고 바라본 세상은 또 다른 색안경을 갖게 할 것이다. 자신이 가진 편견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문화와 자신의 경험이 만들어 낸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그 편견을 바라보고 인정해 주자. 내가 속한 사회와 문화는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어떤 편견을 가진 사람인지를 고민해 보자. 그 편견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느낀다면 그 편견과 마주해 보자. 내가 섬마을 학교에 갔듯이, 공부 잘하는 학생을 만났듯이 그 편견과 마주하면 또 다른 편견을 갖게 될 것이다. 이처럼 편견은 계속 변하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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