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는 두 가지 정체성이 있다. 하나는 학생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고, 그리고 하나는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정체성이다. 나이는 두 관계에서 모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학생과 함께하는 존재로서 교사에게, 특히 초등교사에게 ‘나이’란 하나의 무기다. 젊은 선생님이라고 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점수를 얻고 들어간다. 카리스마, 수업능력, 유머, 섬세함, 공감능력 등 교사가 갖출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이 있지만 여러 가지 경쟁력 중 강력한 하나가 바로 나이다. 교육기관 중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만큼은 모두 젊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아이들에게 더 친근하게 대해주는 경향이 강한 걸까. 아이들과 소통이 더 잘 되는 걸까.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본적으로 호감을 얻고 들어갈 수 있음을 느낀다.
다른 점은 나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나이는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기에 항상 불안하다.
‘언제까지 젊은 교사라고 할 수 있을까.’
‘옆 반에 비해 우리 반 선생님은 나이 들었다고 비교하는 소리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게 젊어서 그런 거면 어쩌지.’
학교에서의 또 다른 정체성은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 온다. 이때는 다른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어떤지,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잘 처리하는지 등으로 파악이 된다. 이 관계 속에서는 ‘나이 듦’이 오히려 무기가 된다. 사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나이가 부장교사 보직보다도 더 강한 힘을 가지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나이 든 게 장땡’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었으니 수업시수를 적게 주고, 업무를 적게 주고, 원하는 학년과 보직을 하시도록 우대하고, 아픈 것을 고려하고, 또 인사자문회의 때는 목소리 높이는 그런 힘은 모두 나이에서 나오는 것 같다.
역시 나는 두렵다. 나이를 무기로 나의 안일해짐을 변명하게 되고, 나이를 무기로 내 말을 설득하게 될까 봐.
“젊은 사람이 일 해야지. 난 어차피 승진 안 해. 승진할 사람이 해야지.”
“나는 몸이 아파서 못해.”
“젊을 때나 애들 데리고 할 수 있는 거야, 지금은 힘들어서 못하지. ”
어느 쪽에서든, 나이 드는 게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