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

by 풍뎅이

퇴직을 하고 난 뒤 많은 것이 자유로워졌다. 우선 출근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면 된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인간관계에 대해 신경 쓸 일도 별로 없다. 타인에 의해 간섭받을 일은 확연히 줄었다. 자유로운 삶의 환경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환경이 바뀌다 보면 뭔가 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이 든다.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남은 삶을 새롭게 설계해 보고 싶은 꿈이 생긴다. 흔히 얘기하는 내 삶의 주인공답게 자유롭고 당당한 여생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머릿속 생각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삶에서 오랫동안 지속됐던 관성이 여전히 지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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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포위된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 정하는 선택이 순수한 자유의지에 따른 것인지도 모호할 때가 많다. 대학을 가고, 직장 생활을 해 온 지난 일들이 그럭저럭 상황과 타협해 결정된 일들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이 회사 생활에는 딱 들어맞는다. 상사나 후배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끌려 나의 선택을 포기할 때도 있다. 타인과의 관계 설정은 이런저런 이유로 뒤틀리기 쉽고, 그로 인해 나의 자유 의지 등이 제약을 받을 때가 많았다. 칸트가 얘기한 것처럼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 자유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도 알고 있다. 진정한 자유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내가 진정으로 내적인 자유를 얻으려면 먼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치면 나의 삶을 망가뜨리는 요소가 된다. 내 삶이 타인의 평가에 따라 휘둘리는 것은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더구나 퇴직으로 나를 구속할 많은 요인이 사라진 지금에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현명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하루아침에는 어렵겠지만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주체적인 생각과 판단에 따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사물의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불가에서 얘기하는 '고집멸도(苦集滅道)'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 또한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 혼자 산다면야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가족이 있는 이상 가장으로의 책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건 퇴직 이후도 마찬가지다. 식솔을 건사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노후 준비가 돼 있다면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제적인 문제는 항상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나는 이른바 사치품을 좋아하진 않는다. 옷이나 비싼 시계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욕심이 가는 곳이 있다. 좋은 와인을 보면 탐이 난다. 입안에 퍼지는 그 깊은 맛을 즐기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또한 소유에 대한 집착임을 알고 있다. 하나 정도는 집착이 있어도 괜찮지 않겠냐며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와인이든 뭐든간에 외적인 요인에 의해 내 마음의 자유로움과 평온함이 영향을 받는다면 아마도 나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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