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파일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백업된 사진들을 발견했다. 이제는 무려 10년이나 되어가는 그 시절 속의 나는 내 사촌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미숙한 생기가 넘쳤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수더분하고 팽팽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푸른 꽃나무가 피어있는 길가에서, 잔잔한 파도가 끝없이 이리로 밀려드는 겨울 바다 속에서... 동영상 속의 내 목소리가 어리더라. 목소리도 나이를 먹는다는 걸 알았다.
태어난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세상이 창조된 순간부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디로 흘러가 어디에 도착해있을지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구나 싶다. 지금 이 순간을 바삐 살아내느라, 오늘을 살아가느라, 내일을 생각하느라..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 두렵다가도, 의외의 것들로 행복해지기도 하는 것. 가끔은 추억에 젖어 옛날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지금과 같은 하루 하루가 모여 길이 되었던 게 과거니까. 모든 게 지나가버리고 만다는 사실은 꽤나 슬프다. 시간이 멈췄으면 싶은 순간도 희미해지고,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도 어느 순간 저 멀리 가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생각보다 덧없고 짧은가보다. 좋은 기억들로 채워나가도 손가락의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니까, 그것들로 단단한 모래성을 지어보기로 한다. 내가 가진 것들 중 그 모래성이 가장 귀해서 값을 매길 수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