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꼭 이미 겪었던 일처럼
전기버스는 뚜-뚜-거리는 규칙적인 전자음을 내면서 움직인다. 짙은 어둠이 내린 도시를 지나쳐가며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문득 오랜 잠이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식물인간 쯤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오랜만의 외출이었던 걸까. 나는 서늘한 공기 속에서 길고 가느다랗게 호흡하며 낮보다 화려하게 빛나는 가게의 전광판들을 구경했다. 역 앞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삐걱대는 몸을 이끌고 생계 전선에 나선 어른들의 모습에 조금 울컥했다.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 바쁘게 지나쳐간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대개 남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던데. 다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난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는가 따위의 쓸모없는 생각을 잠깐 한다. 졸업한 학교를 오가는 노선의 버스 속에 다시금 실려다니는 느낌은 낯설고도 이상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작은 안도감 같은 것을 주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정말 다들 아무 생각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의 굴레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인가? 지치지도 슬퍼하지도 않으면서? 길거리를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핸드폰을 쥐고 이것저것 하고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저것을 보고 있지 않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