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5일, 여든한 번째
모기를 잡는 일은 일도 아니다. 파리는 까다롭지만 곧잘 성공한다. 거슬리는 것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면 묘한 쾌감마저 든다. 그런데 문득 나와 그들이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모기의 시체를 수습하지 못하고 한동안 지켜보았다.
생각 외로 죽음은 도처에 널려있다. 영화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였던가, 상상치도 못한 원인으로 여러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구나, 하고 뇌까렸다.
그 숱한 죽음을 피한 자만이 생명을 누릴 수 있다. 나는 얼마나 운이 좋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