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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Apr 26. 2017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모르겠어요

2017년 4월 26일, 여든두 번째


​어느 날 신이 우리에게 나타나 "무엇이 가장 고민이냐"라고 하면, 우리는 무어라 말할까. 앞으로 며칠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고 싶다. 우리 마음에 묻은 위선일랑 지워버리고, 정녕 우리가 고민하는 게 무언지 생각해보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좀 알려주실래요?


어쩌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어떤 일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이내 자기 삶에도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좋아하는 무언가로 인해 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숨쉬고 있는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좋아한다. 단지 그것을 좋아한다고 쉽게 말하지 못할 뿐이다. 게다가 그 이유를 설명하자니 너무 길어서, 남들에게는 그냥 좋아하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좋아하는 일에 얽힌 이야기는 아마 그 중에 한 챕터 정도 될 게다. 나는 그 모두를 말할 자신이 없다. 그저 내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다른 이의 이야기와 비슷하길 바랄 뿐이다.

사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돈벌이가 안 될 것 같고, 주위 사람들이 가엾게 여길 것 같고, 아무도 몰라주는 일에 혼자만 만족하며 살 것 같다. 좋아하는 일에 뛰어드는 일은, 절벽에서 바다에 뛰어내리는 일인 것만 같다. 절벽이 얼마나 높은지, 바다 속엔 무엇이 있는지, 내가 헤엄쳐 나올 수 있는지,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렇게 설명해도 아직 후련하지 않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말하자면 언어의 체기가 올라온다. 말이 얹혀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피곤할 때에는 간단히 끝낸다.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모르겠네요."

모르겠다는 말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향하고 있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었을 때 닥쳐올 수만가지 사건들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뛰어들기 전까진 아무도 몰라.
그리고 하나 더.
우린 매순간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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