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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Apr 27. 2017

나는 부모님처럼 살 수 있을까요

2017년 4월 27일, 여든세 번째


어느 날 신이 우리에게 나타나 "무엇이 가장 고민이냐"라고 하면, 우리는 무어라 말할까. 앞으로 며칠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고 싶다. 우리 마음에 묻은 위선일랑 지워버리고, 정녕 우리가 고민하는 게 무언지 생각해보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그보다, 결혼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내 앞가림도 힘든데.
지금 보니 부모님은 참 대단한 분이네요.


친구의 고민이다. 입이 느는 게 고통인 세상이다. 우리는 풍요 속 빈곤을 절감하고 있다. 모두가 배를 곯는 일보다야 덜하겠지만, '남들만큼' 살지 못하는 일은 뜻밖에 견디기 힘들다. 더욱 괴로운 일은 '과거의 나만큼' 살지 못하는 일이다. 입이 늘면 희생도 는다.

이기적이라고 치부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홀로 살기도 벅찬 마당에 입까지 늘면 엄두가 안 난다. 희생도 내가 살아야 가능하다. 깜냥이 안 되는 이에게 희생이란 자살이거나 공멸일 뿐. 그 덕에 학교와 놀이터는 비어간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결혼하는 선배들이 늘면서, 항상 듣는 이야기다. 연애는 같이 미래를 보는 일이지만 결혼은 각자 현실을 깨닫는 일이란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거리감. 결혼은 그 당혹감을 맞닥뜨리는 첫걸음이다. 아이가 생기면 그 거리는 아득히 멀어진다.

우리는 모두 훗날 잘 살고 싶다. 백 번 양보해서, 적어도 지금보다 못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벌써 미래의 내가 되어, 지금의 나와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은 비교 대상을 부모님으로 옮겨놓는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분신이기 때문이다. 부모님만큼만 살아도 나는 좋은 삶을 사는 거야. 내 자식은 나보다 좋은 삶을 살아야 해. 부모님과 나와 내 자식을 비교와 경쟁으로 옭아매는 마음이다.

좋은 부모가, 좋은 배우자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냐는 고민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와 나는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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