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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Aug 12. 2017

별과 같은 사람

2017년 8월 12일, 아흔한 번째

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검푸르게 세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산맥은 나지막히 검게 서있고, 멀리서 도시의 불빛이 발그랗게 흩어졌다. 보자기 덮인 하늘에 별들이 박혀 있었다. 뚫어지게 바라보면 숨어 있던 별들이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다. 바라볼수록 별은 많아져서 이러다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풀벌레 소리가 향기로웠다.


우리는 별들 사이에 살고 있다. 별들 사이에도 멀고 가까움이 있겠으나 내게 하늘은 너무 멀어 보자기로 감싼 듯이 보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하늘은 나의 아버지가 내 나이 때 보았던 하늘과 다를 바 없다. 내 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이 보셨던 별들도 보자기에 흩뿌린 보석 같았을 것이다.


나는, 하늘과 달과 별을 보면서 이름 없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피가 조금 더/덜 섞였느냐 따위의 차이가 있겠으나 모든 사람이 나의 가족이다. 하늘 아래 모두가 살고 있듯이, 누구나 내 가족이다. 달리 부를 말이 없어 남이라 부르지만 마침내 가족임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가 별과 같고, 내 사람이 아닌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별은 우리 눈 앞에 있다. 은하수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별빛이 흐드러진 하늘에서, 내 발 아래 흐르는 물을 본 것이다. 우리에게서 별들이 몇 광년 떨어져 있는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 한 마디가, 멀고 먼 별들을 눈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래서 나는 미워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모든 눈물은 마음이 만들어낸 거리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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