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8일, 백한 번째
나는 미쳤다. 아무리 봐도 그렇다.
미친 놈을 몇 아는데 공통점이 있다. 여유가 없다. 손해보는 걸 그렇게나 싫어한다. 눈을 빼서 주방세제로 박박 씻고 봐도, 여유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한 놈은 백사십만 원에서 기껏해야 백육십만 원을 번다. 그런데 백오십만 원을 저축한다고 설친다. 자기 딴에는 검소하고 소박한 사람이란다. 미친 놈. 그건 검소나 소박이 아니라 욕심이라고 하는 거야, 임마. 적금 만기 다 되면 자랑삼아 말하겠지. "나는 저축하느라 생활비도 마음 놓고 못 썼다." 오냐, 버는 돈보다 더 많이 저축했다고도 남들한테 말해라. 나한테 족발 사주기로 해놓고 입 닦은 것도 꼭 말해라, 돼지 같은 놈아.
또 한 놈은 나랑 당번을 바꾸자고 했다. 보통 당번은 하루는 힘든 날, 하루는 쉬운 날로 해서 하루 건너 힘든 날이 찾아온다. 나는 쉬운 날, 그 놈은 힘든 날이었다. 대뜸 나한테 사정이 있다고 바꾸자네. 이득 챙기기로 유명한 놈이어서 나는 단번에 알아챘다. 내 쉬운 날이 탐나나보구나, 이 놈 새끼가. 달리 거절할 명분도 없어서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놈은 쉬운 날, 나는 힘든 날이 됐다. 그런데 갑자기 높으신 분이 힘든 날을 하루 미루자고 하시네. 결국 원래대로, 나는 쉬운 날, 그 놈은 힘든 날이 됐다. 당번을 교대하는 날, 그 놈이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미친 놈이 역정까지 내면서, "다음 당번 때 보상해 주세요." 나 참, 기가 막혀서. 말이 되는 소리를, 어휴. 야, 임마, 길 가다 새똥 맞으면 지나가던 사람한테, 너는 왜 새똥 안 맞냐, 세탁비 보상해라, 한 마디 해 봐라. 굴러다니는 벽돌로 마빡 안 깨지면 다행이야, 치졸한 놈아.
또 한 놈은 불리하면 그렇게 나를 찾는다. 종종 같이 일을 하는데, 왜, 일하다보면 욕 먹을 수 있잖아. 같이 한 일이면 같이 욕 먹어야지. 시체를 발견한 대머리독수리 같은 놈이, 눈치는 빨라서 욕만 먹을라치면,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목소리 깔고 나한테 한 마디 한다. "그러게 내가 몇 번을 말했냐. 너는 어째 바뀌지를 않는다." 길 가다 똥 밟았다고 나도 길 한복판에서 엉덩이 까고 똥을 쌀 수는 없잖아. 그냥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한다. 분명 나는 미안한 놈만 되려 했는데, 미안해야 마땅한 놈이 되고, 혼자만 미안할 것이지 괜히 그 놈까지 미안하게 한 놈이 된다. 그래, 미안하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놈이 알고, 내가 안다, 썩을 놈아.
참으면 병신이 된다. 잠이 안 온다. 그래서 나도 이제 미쳐보려고 한다. 허허 웃고 넘기는 게 이제는 미덕이 아니다. 세상은 이미 똥밭이다. 삶은 똥으로 막힌 변기 한복판에서 헤엄치는 일이다. 그러니까, 혼자 깨끗한 척 하는 놈도 미친 놈이다. 그래서 나는 미쳤다. 그래서 앞으로 더 미쳐보려고 한다. 허허. 이게 바로 나다, 혼자만 깨끗한 얼굴로 나온 굴뚝 청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