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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Jan 09. 2018

삶과 사람과 사회

2018년 1월 9일, 백두 번째

  모든 삶은 평등하다. 죽음 앞에 예외인 삶이 어디 있으랴. 운명은 욕망으로 귀결된다. 먹고, 자고, 싸는 행위는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평등하다고 해야 한다. 생각이라도 평등하다고 해야 그나마 평등 언저리에라도 닿는다. 똑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생김새도, 생각도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평등하다고 말해야 한다. 지금 내 앞에 마주한 네가 나처럼 삶을 영위하는 존재이기 위해서는.


  삶은 평등하나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기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기도 한 연극의 주인공이다.


 사람이 모여 사회를 만든다. 삶은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모이고 자시고 할 수가 없다. 사는 것은 사람이고, 삶은 살아질 뿐이다. 평등한 사회는, 그래서, 없다.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행위는, 끝없는 계급의 사다리에서 윗사람을 끌어잡고 아랫사람을 발판삼아 올라가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평등하다고 말해야 한다. 내 위에 있는 너의 바지춤을 움켜쥐는 일이나 내 밑에 있는 너의 머리에 발을 얹는 일이 너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해야만 한다.


  사회가 평등하지 않다고, 양심에 호소하는 사람은 끌어내리기와 짓밟기를 멈추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양심을 외면한 사람들이 끌어내리고 짓밟는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현명한 법인데, 사람들은 진실을 말한 사람더러 어리석다고 말한다. 사람은 틀리는 일보다 내려가는 일을 더 두려워하는 법이다.


  내려감의 끝에는 죽음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기 싫어 발버둥을 치는데, 모두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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