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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2018년 3월 2일, 백일곱 번째

by 최재영

너를 무너뜨리는 건
사실 너야

너도 너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겠지
고통스러워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데
가슴이 점점 안으로 좁아져서
숨 쉬기도 힘에 부치니까
물에 빠진 사람처럼

네 뜻대로 되는 게 없어서
너는 너를 더욱 무너뜨릴 거야
그게 싫은데도, 끊임없이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걸 보면서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프로메테우스 같이

그래도 네가 잘못한 건 아냐
잘못이라면
너를 스스로 무너뜨리도록 한
다른 무엇이 잘못이겠지
자책할 필요 없다

그럼에도 너를 무너뜨리는 건 너야
너를 무너뜨리는 건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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