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4일, 백열아홉 번째
지난 2019년 11월 12일, 백열여덟 번째 생각이 마지막이었다. 그 글도 1년만에 쓴 글이었다. 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쓸 말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내용을 다시 쓰거나 며칠 건너뛰거나 했다. 글을 쓸수록 창피해졌다. 그래서 나는 글도 생각도 외면했다.
마지막 글 이후로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나는 많이 변했다. 군대를 나왔다가, 회사에 들어갔다가,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머릿속에 있는대로 욱여넣었다. 이제는 긴 글도, 영어로 된 글도, 다른 사람의 생각도 잘 읽는다. 근면하게 쓰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다시 시작하는 글이 119번째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아무 의미 없지만 내게 그렇게 보인다.
곱씹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거나, 생각해야 내가 존재한다거나,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평범한 얼굴로 나쁜 짓을 한다거나, 하는 말들이 떠오른다. 아무튼 생각은 무언가 의미심장하다. 생각은 뱉어내는 일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일이니까. 쉬지 않고 턱을 놀리는 소처럼 되새기며 살아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