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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Oct 15. 2021

자만과 자신 사이

2021년 10월 15일, 백스무 번째

자기 판단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 우리는 어쩌면 같은 사람에게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밥을 쥐는 데 30년을 바친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 부른다. 그는 자기 식대로 회를 썰어 밥 위에 얹는다. 한 손님이 말했다. "거 요즘 스타일처럼 회 좀 두껍게 주쇼." 장인은 눈도 맞추지 않고 하던 대로 회를 썬다. "식당 하는 데 아집을 부리면 쓰나." 손님은 나간다. 앉아 있던 다른 손님이 말했다. "바꾸란다고 바꾸면 그게 장인인가."


판단은 시대의 흐름에서 나를 지킨다. 요즘 내 식대로 한다는 말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변화가 빠르면 빨라서, 느리면 느려서 사람들이 떠나간다. 자기 판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하던 대로 한다. 문제는 눈 감고 귀 닫고 제 갈길 가는 사람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하던 대로 하다가도 '내가 지금 고집을 부리는 건가?' 하고 고민하게 된다. 흐름에 몸을 맡기자니 '그렇게 자신이 없나?'하는 생각이 든다. 판단은 불편하고 낯설다.


이럴 때에는 그저 잘 풀리겠거니 믿는 수밖에 없다. 물 떠다 놓고 복을 빌자는 게 아니다. 내 식견을 믿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건 폭력일 수 있지만, 일반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여유는 품고 살아야 한다. 무릇 인간이라면 할 행동을 하는데 두려울 건 없다. 나보고 비정상이라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지만,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람의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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