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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Nov 12. 2019

사랑한다

2019년 11월 12일, 백열여덟 번째

고작, 사랑한다. 사람은 가엾게도 어설픈 동물이어서, 이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다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이어야만 해서, 사랑하는 사람도 다른 무엇보다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사랑은 사랑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는 일이고, 사랑받지 못할 것을 정하는 일이고, 사랑받아서는 안 될 것을 입 밖에 꺼내는 일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사랑한다는 말이 전부입니다. 아니, 다른 것을 당신보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전부입니다. 당신을 사랑 않는 게 아니라는 말뿐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스운 말이지만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사랑 않는 것들을 밀어내고 오롯이 당신만 간직하고 싶어요. 나는 아직 당신이 궁금합니다. 당신 안에 있는 당신을 가만히 듣고 싶습니다. 당신 없는 나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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