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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Jul 12. 2016

기차 같은 삶, 자동차 같은 삶

힘 빼고 살자

   "비행기는 빨라, 빠르면 기차, 기차는 길어, 길으면 바나나.."

   기차는 길다. 생각보다 엄청 길다. 무궁화호만 해도 버스만한 객실이 일곱 개나 붙어있다. 앞으로 붙어 있는 기관실은 덤이다. KTX는 기관실 코가 길어서 그런지 더 길다.


   기차는 긴데, 자동차는 짧다. 너무 긴 자동차는 급하게 꺾인 길을 갈 수 없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버스는 옆 차선을 침범하기도 하면서 생각보다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튼다. 이미 정해진 길을 달리는 기차는 길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힘닿는 데까지 길이를 늘릴수록 좋다. '길'의 차이는 '길이'의 차이를 만든다.


   기차 같은 사람이 있고, 자동차 같은 사람이 있다. 기차나 자동차나 목표가 있는 건 똑같다. 그렇지만 가는 길은 다르다. 길에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기차가 길이를 늘리는 것처럼 온 힘을 쏟을 수 있다. 아직 길에 고민이 많은 사람은 자동차가 길이를 줄이는 것처럼 힘을 덜어야 이곳저곳 들를 수 있다.


   생각할 여유가 많지 않았던 수험생 시절엔 기차처럼 살았다. 이미 길이 정해져 있으니 앞으로 가는 데에만 힘을 쏟으면 됐다. 대학에 들어오고 좌회전과 우회전을 배웠다. 힘 빼고 사는 법을 배운 건 꽤나 최근이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차 같은 몸으로 자동차만 갈 수 있는 사거리를 지나려 애썼다.


'길'의 차이는 '길이'의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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