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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Jan 13. 2017

행복에 이르는 길

행복과 행운은 이음동의어

한자말 행복에는 幸(다행 행)자가 들어간다. '행운' 할 때 그 행이다. 우연히(幸) 좋은 일이 생기면(福) 행복(幸福)이다. 영어말 happiness에는 hap(요행, 우연)자가 들어간다. 우연스러운(happy) 것(-ness)이 곧 행복(happiness)이다.


우리가 쓰는 말로만 생각해보면, 행복과 행운은 한 가족이다. 세잎클로버나 네잎클로버나 클로버인 것은 매한가지인 것처럼. 행복은 우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연을 줄이는 방향으로 삶을 산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히 계획을 세우면 내 삶에도 행복이 깃드리라 믿는다. 행운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노력을 부른다. 계획대로만 살면 행복인데, 지금 행복하지 않으니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거다. 결국은 내 노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맺는다. 또 다시 시작되는 자기혐오와 채찍질. 어쩌면 나는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 거라고 저주한다.


이렇게 우리는 행복에서 멀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나의 의지가 세상에 반영되는 일을 자유라고 부르는데, 우연에 삶을 맡길 때에는 자유도 함께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릴없이 백수생활을 하면 자괴감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존을 위해 호흡을 해야 하지만, 호흡을 하면 노화를 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행복을 위해 우연의 가능성을 넓혀야 하지만, 우연이 잦으면 행복을 느낄 자아를 잃는다. 우리 삶은 그 자체로 딜레마다.


그렇지만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이 사실을 기억하자. 행복과 행운은 이음동의어다. 계획을 달성했을 때 느끼는 기쁨은 행복이 아니다(솔직히 말해볼까, 성취감은 내가 속한 시스템에서 내쳐지지 않으리라는 안도감이거나 너는 나만큼 노력할 수 없으리라는 우월감일 뿐이다).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참빗같은 삶은 얼레빗같은 삶만 못하다. 지금 삶이 힘들어도 견뎌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견디면 내가 모르는 새 행복이 깃든다.


그런 기념으로,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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