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영 Mar 08. 2017

관계의 기원

2017년 3월 8일, 쉰세 번째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피곤하다. 첫만남에서 나는 나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내 행동을 의식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그렇게 된다.

함부로 말도 못한다. 수없는 자기반성을 거친 후 용기를 내야 첫마디를 꺼낼 수 있다. 첫마디가 가고 그 다음 마디가 오는 짧은 찰나에 여러 고민이 스친다. 너무 무례했나? 이렇게 말을 꺼내도 괜찮을까? 처음 맺는 관계에서는 누구도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어도 수월하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이미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다시 처음부터 관계를 쌓아나간다. 어떤 때에는, 분명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데도 홀로 있는 기분이 든다. 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인 걸까.

'처음'에서 '또'를 느끼는 이유는 지난 사람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수레바퀴는 모든 처음을 또, 로 만든다. 그러나 첫만남은 사랑과 우정의 기원이 된다. '썸'이 그렇고, 입학식이 그렇다.

우리가 느끼는 어색함, 불편함, 소원함은 훗날 찾아올 반가움의 씨앗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토피 타나토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