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8일, 쉰세 번째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피곤하다. 첫만남에서 나는 나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내 행동을 의식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그렇게 된다.
함부로 말도 못한다. 수없는 자기반성을 거친 후 용기를 내야 첫마디를 꺼낼 수 있다. 첫마디가 가고 그 다음 마디가 오는 짧은 찰나에 여러 고민이 스친다. 너무 무례했나? 이렇게 말을 꺼내도 괜찮을까? 처음 맺는 관계에서는 누구도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어도 수월하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이미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다시 처음부터 관계를 쌓아나간다. 어떤 때에는, 분명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데도 홀로 있는 기분이 든다. 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인 걸까.
'처음'에서 '또'를 느끼는 이유는 지난 사람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수레바퀴는 모든 처음을 또, 로 만든다. 그러나 첫만남은 사랑과 우정의 기원이 된다. '썸'이 그렇고, 입학식이 그렇다.
우리가 느끼는 어색함, 불편함, 소원함은 훗날 찾아올 반가움의 씨앗이니까.